30분짜리 스페인어 코미디 무대 완성한 '코미꼬' 김병선

안호균 기자 2024. 9. 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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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선, 멕시코 진출 2년 만에 주인공으로 무대 올라
30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선보여…관객들 폭소·환호
"진짜 행복하다"…5년 내 1시간짜리 무대 서는게 목표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유튜버 코미꼬(김병선)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 사옥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6.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이제는 유튜버 '코미꼬'로 대중들에게 더 잘 알려진 개그맨 김병선(36). 그는 누구보다도 스탠드업 코미디에 진심인 사람이다. 무대에 서기 위해 돈벌이를 포기하고 지구 반대편 멕시코까지 건너가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2018년 무작정 스페인으로 날아가 스페인어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귀국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때 유튜버로 큰 인기를 얻었음에도 멕시코에 가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코미디언이 무대 위에 올라 오로지 '말빨' 하나로 관객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국내에서 비주류 장르에 속한다. 꾸준히 공연을 하고 있는 코미디언도, 무대의 수도 제한적이다. 스페인어권 국가에선 꽤 큰 스탠드업 코미디 시장이 형성돼 있고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은 편이다. 김병선이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자 멕시코행을 결심한 이유다.

이제 멕시코에서 활동한지 2년이 지났다. 해외에서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로 돈을 벌어 코미디에 쓰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잘 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현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대에 서고 있다.

김병선은 지난해 9월 튜브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짠 1시간짜리 '기깔나는' 대본으로 1만명 앞에 서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대 경험과 실력이 축적된 코미디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1시간 짜리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은 업계에서 하나의 관례로 통한다.

개그맨 김병선은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코미꼬'에 멕시코에서 30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른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사진 : 유튜브 채널 코미꼬 영상 캡처) 2024.9.19.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인터뷰 후 정확히 1년 만에 목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분 짜리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코미꼬에 올린 영상에 공연 장면을 담았다. 2년 동안 멕시코에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코미디로 풀어낸 무대였다.

중남미 국가에 가면 인종차별을 당하기 쉽다고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김병선은 현지인들이 동양인의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놀림거리로 삼는 것도 능청스럽게 받아넘긴다. 상대방이 눈을 찢으면서 조롱해도 오히려 자신도 똑같은 수위의 농담으로 응수하며 웃음을 이끌어낸다.

"한국 자살률은 엄청 높아. 세계 1등이야. 발달한 나라다보니 경쟁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많아서 그래.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를 탈출했어. 평온한 나라를 찾다가 여기에 오게 됐지. 너희는 진정으로 삶을 즐길 줄 알아. 삶을 평온하게 사니 친절하고 여유로워. 자살률도 낮아. 그 전에 타살 당하니까."

"나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스페인어로) 문제 없이 주문할 수 있어. 라면, 쌀밥, 개고기. 너희가 감히 웃어? 너희도 먹어 봤어. 너희와 내 차이가 뭔줄 알아? 난 내가 뭘 먹고 있는지 안다는거야. 내가 시켰으니까. 하지만 너희는 몰라. 그냥 '이 타코 싸고 맛있다'라고 할 뿐이지."

한국의 높은 자살률, 멕시코의 불안한 치안,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편견, 저렴한 타코를 개고기로 만든다는 루머 등 어떻게 보면 민감할 수 있는 이슈들을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나와 상대를 모두 '디스'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고 웃음을 만들어내는게 김병선이 현지에서 인정받는 비결이다. 이렇게 멕시코에 녹아들어가 만들어 온 코미디의 정수가 이번 30분짜리 공연에 담겼다.

개그맨 김병선은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코미꼬'에 멕시코에서 30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른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사진 : 유튜브 채널 코미꼬 영상 캡처) 2024.9.19.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한국인. 너는 이미 멕시칸이다. 우리들의 형제다."라고 외쳤다. 김병선은 "진짜 행복하다. 이게 바로 행복이다"라며 감격을 표현했다.

그는 "내가 메인인 공연을 처음 해봤다. 포스터에 내 이름을 박았고, 사람들도 나를 보러 오는 공연이었다. 나는 15분, 20분 정도는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지만 30분은 부담이었다. 내가 되게 부담스럽게 생각한 30분을 뚫어서 자신감을 굉장히 얻었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선은 현재 아내, 딸과 함께 멕시코시티에 살고 있다. 아내는 7년 내에 목표를 달성하라 했다고. 이제 2년이 지났으니 5년 남았다. 5년 안에 자신의 이름을 건 한 시간 짜리 무대에 오르는 코미디언 김병선의 모습을 멕시코에서 볼 수 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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