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가고 金의 시대 온다” … 세계 중앙은행들 ‘골드 러시’[Global Focus]

황혜진 기자 2024. 9. 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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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각국 ‘금 사재기’ 열풍
Fed금리인하로 달러가치 하락
美대선·지정학 리스크도 영향
안전자산 선호 경향성 강해져
매입량 2년연속 연1000t넘어
올 상반기엔 전년비 5% 증가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 전망
그래픽 = 하안송 기자

세계 각국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미국 대선,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사상 첫 26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이 3000달러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 금 사재기 경쟁 =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중앙은행들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483t의 금을 신규 매입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1분기에 299.9t의 금을 매입한 데 이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183.4t을 사들였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부터 금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금 규모는 총 1037t으로, 2022년(1082t)에 이어 2년 연속 1000t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7월에만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 매수량은 37t으로 1월(45t) 이후 가장 많았다. 9월 미국의 금리 인하에 이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다시 격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중국·대만 간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 가격을 올리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매입에는 특히 신흥경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큰 데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의 경우 달러 대신 금을 매입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최대 금 매입 국가는 45t을 매입한 튀르키예가 차지했다. 튀르키예중앙은행(TCMB)은 2023년 봄 160t의 금을 매도한 이후 12개월 연속 금을 사들이고 있다.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금 매입이 많은 국가는 인도로 나타났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올 들어 매달 금 보유량을 37t씩 늘리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올해 2분기에만 금 19t을 매입하며 2분기 최대 금 구매국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과 체코도 2분기에 각각 7t과 6t의 금을 사들여 매입 상위국에 랭크됐다.

◇당분간 매입 이어질 듯 =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7∼1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4년 반 만에 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가치 하락을 불러온다. 이에 따라 달러 대신 금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 달러와 금의 가치는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WGC가 전 세계 중앙은행 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29%가 내년 자체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의 57%는 향후 5년 내로 금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38%)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대체로 중국 등 신흥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선진국도 ‘금 랠리’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금 가격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 전망까지 = 이러한 기류 속에서 금값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610.7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12일 사상 처음으로 25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초 금 가격이 27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ING의 에바 멘치 원자재 전략가도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행렬, 11월 미국 대선이 연말까지 금값을 올리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 4분기 평균 금값을 2580달러, 올해 평균 금값을 2388달러로 제시했다. 나아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 금의 목표가격을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로 제시했다. BoA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로 촉발된 비상업적 수요 증가가 금값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 가격 상승의 걸림돌도 존재한다. 금 수요의 44%를 차지하는 ‘장신구’ 관련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WGC에 따르면 지난해 금 장신구 수요가 가장 컸던 국가는 중국과 인도로, 전체 수요의 각각 30.1%, 23.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두 국가에서 금 장신구 소비는 축소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분기 금 장신구 소비가 전년 대비 50%가량 감소했고 인도는 하반기 들어 금 수입을 축소하며 7월 수입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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