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4.5t 고중량 미사일' 내륙으로 발사 첫 공개…정확도 과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탄두 중량을 늘린 탄도미사일을 바다가 아닌 내륙으로 발사해 정확도를 과시하는 한편 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는 방식으로 한국·미국 당국의 판단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은 동북 방향으로 날아갔고, 시차를 두고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서해상에서 8자형으로 비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보도에서 미사일총국이 전날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화성포-11다-4.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의 탄두를 키워 4.5t짜리 고중량으로 개량한 미사일이다.
지난 7월 1일 황해남도 장연에서 첫 시험발사가 있었고 당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두 발 중 한 발은 600여㎞를 비행했으나 다른 한 발은 120㎞ 비행에 그쳐 실패로 추정됐다. 즉, 한 발은 청진 앞바다까지 날아가 떨어졌지만, 나머지 한 발은 평양 인근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런데도 당시 북한은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면서 7월 중에 250㎞ 정도 사거리로 추가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제서야 진행한 것이다.
7월 첫 시험발사 때와 달리 이번엔 미사일이 내륙 육지에 떨어지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시 동해상의 무인도를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껏 발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미사일이 내륙에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내륙을 향해 쐈다고 밝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사일의 정확성을 확신하지 못하면 육지로 발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미사일의 정확도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4.5t급 초대형 상용 탄두"를 장착했다고 밝혔다. 재래식 고폭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추후 지하 관통탄과 열압력탄 등을 탑재해 한미 지하 지휘소 등 주요 지하 군사시설 타격용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탄도미사일에 고중량 탄두를 장착하는 것은 핵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이 북한 핵에 대응해 추진해온 미사일 개발 방식이다.
우리 군은 탄두 중량이 8t을 넘는 '고위력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에서는 '현무-V'라고 부르는 이 미사일은 북한에 산재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목적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KN-23에 탑재하는 탄두는 최소 500㎏이다. 북한은 2021년 3월 KN-23에 2.5t짜리 탄두를 끼운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탄두 중량과 연료 탑재량을 늘리는 개량을 지속해서 추진해온 것으로 보인다.
핵탄두 개발에 매진하는 동시에 한국과 유사한 재래식 고중량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까지 만들어 전략·전술적 선택의 여지를 넓혀 나간다는 게 북한의 의도로 분석된다.
군 관계자는 "탄두 중량을 늘리려면 추력을 키우면서 비행 특성을 균등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이 고중량 탄두 미사일의 성능을 꾸준히 개량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함께 발사한 것은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을 기만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탄도미사일은 기본적으로 높은 고도의 일정한 탄도 궤도를 비행해 레이더에 포착되기 쉽다. 대신 추력이 강해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고 속도가 빠르다.
순항미사일은 최고 속도가 음속에 못 미쳐 탄도미사일보다 느리고 파괴력이 약하지만, 레이더망 회피를 위해 최대한 낮은 고도를 비행하기 때문에 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정찰위성 등 추가적 감시정찰 자산이 요구된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다종의 미사일을 섞어 발사하면 요격망을 교란하는 효과가 있고 한미 당국의 초기 분석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은 외장 도색이 기존 순항미사일 '화살-1형'과 유사하다. 북한은 성능을 고도화해 개량했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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