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홈런 타자가 아닌데"…'92볼넷'보다 '92삼진'을 더 신경쓰는 출루왕, '인간 ABS'는 여전히 적응중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사실상 ‘창기 트윈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올 시즌 타점왕을 노리는 외국인 타자 오스틴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고 문보경 김현수 박동원 오지환 등이 뒤를 받치고 있지만, 결국 그 전에 밥상을 차려주고 상대를 곤혹에 빠뜨리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홍창기다.
홍창기는 올 시즌 132경기 출장해 타율 3할2푼3리(499타수 161안타) 4홈런 69타점 86득점 OPS .826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4할3푼7리의 출루율로 이 부문 리그 1위 타이틀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이런 홍창기의 출루왕 타이틀이 가능하게 한 것은 당연히 그의 선구안이다. 올해 홍창기는 9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역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출루와 관련한 타이틀은 모두 홍창기의 몫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92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 삼진을 92개 당했다. 경이적인 1대1의 볼넷/삼진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09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 95개의 삼진을 당했던 것과 비슷한 페이스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는 88볼넷/83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이 1이 넘었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비율이 안 좋아졌지만 여전히 홍창기의 출루 능력은 리그 최정상이다. 발 빠른 전형적인 리드오프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현대 야구에 최적화 된 리드오프 타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특히 올해는 ABS존 도입으로 홍창기와 같은 선구안 유형의 타자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홍창기도 시즌 초, ABS존을 두고 “너무 많이 넓어진 것 같다”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 ABS’인 홍창기는 이를 극복하고 지배하면서 ‘출루왕’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도 홍창기는 “ABS는 1년 내내 적응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구장을 가든지 처음 접하는 느낌이다”라면서 “올해 그렇게 많이 볼넷으로 나갔는지 몰랐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1대1의 볼넷/삼진 비율이지만 삼진도 100개에 육박하는 것은 스스로도 아쉬운 대목. 그는 “올해 공격적으로 많이 치려고 했는데 루킹 삼진도 많고, 헛스윙 삼진도 많아져서 많이 아쉽다. 난 홈런 타자가 아닌데 삼진도 100개 가까이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게 좀 아쉽다. 제가 수정을 해서 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8일 사직 롯데전은 홍창기의 출루 능력 못지 않은 컨택 능력이 빛을 발휘했고 5-3 역전승으로 이어진 날이었다. 홍창기는 이날 3회초 무사 1루에서 우전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다. 5회초 1사 1루에서는 좌선상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역시 득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2-2 동점이던 9회초 무사 1,2루에서 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강공으로 돌변해 우선상 적시타를 뽑아내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홍창기가 살아 나가면서 LG의 공격은 활기를 띄었다. 후속 타자들이 제대로 해결을 못했을 뿐이다. 스스로도 어떻게든 많이 나가서 득점 기회를 창출해 내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는 “팀이 승리하기 위해 좀 더 많이 나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아웃이 되더라도 공을 많이 보면서 어떻게 팀에 도움이 될지 생각을 많이 한다”라며 “잘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많이 출루한 날 그만큼 점수가 날 나면 ‘그래도 출루를 많이 해서 도움이 됐다’라고 생각이 드는 경기도 많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LG는 18일 롯데전을 극적으로 뒤집으면서 가라앉던 분위기를 어느정도 끌어 올렸다. 9월 첫 역전승이기도 했다. 4위 두산에 쫓기는 신세가 됐지만, 롯데 3연전을 잘 마무리하고 주말 잠실 라이벌 두산과의 3연전을 무사히 끝내면 3위를 자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몇경기 안 남아서 순위표를 한번씩 확인하고 있다”라며 “일단 3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이 이기면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들보다는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의 힘으로 3위를 확정지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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