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처남 대출 뒷배 의혹의 진실

신무경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2024. 9. 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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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읽다, 산업을 짚다] 우리은행 부당 대출 350억 원대, 계열사 대출도 드러나

● “개입 안 했다” “모른다” “관행이다” 발뺌
● 손위 처남 “그 사람(손 전 회장)은 내 사업에 도움 안 됐다”
●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사고, 보고 안 한 책임도 져야”
● 은행 실적 쌓으려 차주에 원리금 대납 요청도
● 뒤늦게 밝혀진 계열사 대출… 금융당국 압박↑

우리은행뿐 아니라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 계열사에서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대출을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뉴시스]
8월 12일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손위 처남, 처남댁, 처조카 등)이 우리은행으로부터 350억 원대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인 김모 씨가 9월 7일 구속됐다. 검찰은 김 씨가 법인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계약서를 위조해 거래금액을 부풀린 뒤 이를 이용해 우리은행으로부터 과도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씨는 아내 명의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 모종의 압력을 가해 가족 대출에 관여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손 전 회장은 이에 대해 "개입은 없었다"고 말했다. 손 전 회장의 손위 처남 김 씨는 "손 전 회장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손 전 회장의 가족 대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불똥이 우리은행 내부통제로 옮겨붙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일찌감치 해당 사실을 알고서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인척에 빌려준 돈 616억 원, 총 42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월 12일 “우리은행이 금융사고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 채널A 보도 영상 캡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되지 않은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직에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까지 책임론이 확대된 것이다. 검찰도 8월 27일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해당 건이 알려진 이후 이 금감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관계자들과 우리은행 임직원, 손 전 회장과 손 전 회장의 손위 처남, 임모 전 본부장 등을 미팅이나 전화로 접촉해 손 전 회장의 개입 여부와 현 우리금융 지배구조의 문제점 등을 물었다. 임 전 본부장은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며 손 전 회장 처남 김모 씨와 친분을 쌓고, 부당대출을 해준 인물로, 그가 퇴직하면서 우리은행이 그가 재직 당시 취급한 모든 대출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뒤늦게 밝혀졌다.

금감원은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우리은행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 원(42건)의 대출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50억 원(28건)은 대출 심사, 사후관리 과정에서 적정하지 않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7월 19일 기준으로 350억 원 가운데 269억 원(19건)에 대해서는 부실이나 연체가 발생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은행 외 다른 계열사들도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대출을 해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리금융저축은행 7억 원, 우리금융캐피탈 12억 원, 우리카드 2억 원 등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대출 규모가 계열사를 포함하면 1000억 원대일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 "검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와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으나 친인척의 추가 대출 사실이 밝혀진 이상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손 전 회장·손위 처남 "친인척 대출에 관여 없었다"

친인척의 우리은행 부당 대출로 개입 의혹을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손 전 회장은 언론보도 직후인 8월 1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출 프로세스에 관여할 수 없다"며 손위 처남 대출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업 일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면서 "(친인척 대출에 내가) 관여했을 것이라 (세간에서) 얘기하는데, 관여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에서 손위 처남에게 대출을 해준 사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차주인 손위 처남에) 우리은행 대출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정상 대출이라도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억 원 규모의 대출은 규모 자체가 작아서 (내가 관련 내용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손 전 회장은 손위 처남의 수십, 수백억 원 규모 대출 건에 대해서는 "내용을 잘 몰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의 손위 처남 김모 씨는 8월 14일 기자와 만나 손 전 회장에 대한 대출 청탁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씨는 "최근 연락한 적도 없다. 그 사람(손 전 회장)은 내 사업에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적한 350억 원 상당의 부당 대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출 명세에 대해 설명받지 못했다"면서도 "내가 받은 대출은 164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취급해 준 임모 전 본부장이 요청한 원리금 대납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임 전 본부장이 자신의 실적 관리를 위해 부실 차주의 원리금 대납을 요청하곤 했는데, 자신이 명예 지점장인 만큼 이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명예 지점장은 우리은행이 본사 차원에서 일선 지점에 영업적 도움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대표 등에게 부여하는 명예직이다. 우리은행 측은 김 씨에게 공식적으로 명예 지점장 자격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임 전 본부장에게 이를 부여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임 전 본부장 "대출 프로세스 따른 것"… 은행 입장 반박

김 씨는 아울러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매도인이 양도세를 아끼기 위해 그렇게 처리해 달라고 했다"면서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당 대출에는 손 전 회장의 주장처럼 우리은행 여신 취급 프로세스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씨는 "은행의 정식 대출 프로세스를 통과한 대출이었다"면서 "그렇지 않고 대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당국이 판단한 부적정 대출 금액 350억 원 가운데 46억 원이 상환돼 8월 9일 기준 대출 잔액은 304억 원이다. 김 씨는 "8월 19일자로 연체된 액수 중 86억 원을 갚았다"며 원리금 상환 증명서를 기자에게 보내왔다. 그는 자신이 실제로 대출받은 액수가 164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머지 78억 원에 대해서는 가진 것을 매각해 상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손 전 회장의 대출 개입을 부인한 손 전 회장과 김 씨의 주장은 손 전 회장의 아내가 주주로 있는 법인이 우리은행에서 139억 원을 대출 받아 빌딩을 매입한 사실이 8월 15일 새롭게 알려져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에 대해 현직 회장과 행장에게 책임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임 전 본부장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 전 본부장은 우리은행 대출 프로세스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우리은행 검사총괄부가 2월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서에서 그는 "우리은행 여신 취급을 위한 결제는 우리은행 여신 시스템과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신 부분에 있어서는 미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한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그 많은 여신 취급은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여신심사 시스템, 여신크레피아 시스템 등이 여신 취급에 대한 적격 심사를 실시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대출 심사 시스템에 따라 허가를 받은 사항인 만큼 은행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임 전 본부장은 "여신 취급에서 지점장 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본인 또한 이 시스템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여신 규정도 이 시스템에서 걸러지고 적용된 것으로 규정에 어긋난 여신은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해당 대출 건 현직 임원과 상관없어"

8월 12일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으로부터 350억 원대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동아DB]
임 전 본부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우리은행에서 영업 1등을 다섯 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도 그의 말대로 '영업왕'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만큼 우리은행이 임 전 본부장을 신뢰했다는 것. 영업왕으로 인정해 주며 그동안은 문제 삼지 않다가 2023년 12월 퇴직 시점이 돼서야 자체 감사에 착수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는 결국 면직 처리돼 성과급도 회수 처리됐다.

금감원은 임 전 본부장 주장에 대해서는 "떳떳하면 당당히 조사받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퇴직자여서 강제 조사할 권한이 없었는데 우리은행에 간접적으로 조사에 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발표 후 나흘 뒤 자체 검사에서 해당 건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23년 12월 임 전 본부장 계약 만료로 퇴직금 정산 절차를 앞두면서 재임 시 취급 여신 전반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해당 건을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올해 1월 우리은행은 임기 만료된 임 전 본부장이 재임 중 취급한 대출에 대해 사후 점검을 실시했고, 취급한 기업 대출 일부가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따라 3월까지 부실 검사를 실시해 신용평가 및 여신 취급 소홀, 채권 보전 소홀 등 임 전 본부장의 귀책 사유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감원에 해당 건을 선제적으로 보고하지는 않았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금융사고에 해당하는 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은행 측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근거해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판단 실수였다. 금감원이 보기에 해당 건은 금융사고에 해당해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사항이었다. 금융사고 보고가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우리은행이 전임 회장의 친인척 대출 건에 대한 인지 때부터 다소간 안일한 행보를 보여왔다는 설명이다.

5월 금감원이 해당 건에 대한 제보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해당 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당국에 전달하면서도 전임 본부장의 공격적 영업에 따른 것으로 치부하기에 이르렀다.

금감원은 무엇보다 현직 회장과 행장이 해당 건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2023년 9월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해당 건에 대해 보고받았고, 2024년 3월에는 임종룡 전 회장이 인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8월 9일 금융사고 보고 대상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를 적시해 은행 직원과 차주를 경찰에 고소하고서는 같은 달 13일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하며 금융사고 미보고 대상이라고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다. 금감원장이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리은행을 신뢰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고, 금감원이 8월 22일 현장 검사에 재착수하자, 이튿날인 23일 오후 10시 반 우리은행은 야심한 시간에 홈페이지에 금융사고를 공시한다.

금감원장 "누군가는 책임져야"

우리은행의 오락가락 행보에 금감원장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고,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은 8월 12일에 이어 같은 달 28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점은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금감원 발표에 담기지 않은 우리은행 계열사에서 친인척 대출 건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ABL·동양생명 인수부터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합류까지 신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금감원은 10월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 검사를 진행하며 보험사 인수합병(M&A) 관련 자본 비율 적정성 등을 살펴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 의혹에 대한 검사도 예정돼 있다. 과거의 병폐를 제때 잡지 못해 회사의 미래를 저당잡힌 우리은행 사태가 금융시장의 일그러진 관행에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우리은행 대출 일지
2023년
7월
우리은행 임모 본부장 취급 여신 부실 대상 통보
9월 우리은행, 해당 여신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사실 인지


2024년
1월
우리은행, 해당 건 자체 감사 실시
4월 우리은행, 임 전 본부장 면직
5월 금감원, 우리은행에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건 사실관계 확인 요청
6월 금감원, 우리은행 현장 검사
8월 9일 금감원, 우리은행의 손 전 회장 친인척 350억 원 부당 대출 사실 공표
8월 9일 우리은행, 금감원 금융사고 보고 대상에 해당되는 범죄 혐의 적어 관련자 경찰 고소
8월 12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조병규 우리은행장 "부조리한 과거에 대해서 엄중하게 인식"
8월 13일 우리은행,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은 금융사고 아니어서 보고 대상 아니라 해명
8월 19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 "우리은행 미보고, 위반인지 지연인지 따져볼 것"
8월 20일 금감원장, "우리은행,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
8월 22일 금감원, 우리은행 추가 현장 검사
8월 23일 우리은행, 오후 10시 반 금융사고 공시
8월 25일 금감원,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 관련 추가 사실관계 설명
8월 25일 금감원장 "누군가는 책임져야"
8월 28일 임 회장 "수사 결과 나오면 저와 은행장 조치 겸허히 따를 것"
8월 30일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에 7억 원 대출 사실 확인
9월 7일 손 전 회장의 처남 구속

신무경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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