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에 한은도 10월 금리 인하 기대↑...관건은 ‘가계빚’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역시 ‘피벗(통화정책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세와 부진한 내수 경기 등을 보면 금리인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으나, 쉽게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다음달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8월 물가상승률은 2.0%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도 경기를 고려한 피벗(통화정책전환)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2020년 말 대비 올해 8월 말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6.9%로 고령층이나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2.00%포인트로 역대 최대였던 한·미간 금리 격차도 1.50%포인트로 좁혀지면서 환율 측면에서도 기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더 수월한 환경이 됐다.
다만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는 집값과 늘어나는 가계 대출은 한은이 쉽게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앞서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8조2000억원 가량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9월 들어 이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지난 12일 기준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조1772억원 가량 늘어나는 등 여전히 빠른 속도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베이비컷(금리 0.25%포인트 인하)’이 아닌 빅컷을 단행한 만큼, 한국은행도 10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국내 내수 상황이 좋지 않고, 우리보다 가계부채 부담이 높은 캐나다 등도 이미 금리를 내렸다”고 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월에 한국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다”며 “미국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대외 수요 악화 우려가 있고, 이를 고려할 때 한국도 그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요인이 있다”고 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미 연준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도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한은이 기준 금리 인하를 하는 데 있어 대외적인 명분은 만들어졌다”며 “다만 가계 대출 증가세가 확연히 꺾이는 등의 국내 여건은 조성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다음 달 기준 금리 결정 전까지 가계 대출 증가세가 꺾일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한은이 연내에 기준 금리를 결정하되 시기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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