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서 더욱 빛났던 선택들, 광속 응급 대처...KIA 프런트가 보여준 우승방정식
[OSEN=이선호 기자] 이것이 우승프런트인가?
KIA 타이거즈가 2024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막부터 순항을 거듭했고 결국 큰 경기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압도적 타격과 견고한 불펜진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이범호 감독의 뚝심있는 형리더십도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위기에서 발빠른 대처 능력을 보여주면서 지금의 우승 전력을 세팅한 심재학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힘도 컸다.
심 단장은 지난해 5월 전임 단장이 FA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사건에 연루되어 물러나면서 방송 해설가를 접고 급하게 부임했다. 첫번째 작업이 안방 보강이었고 삼성 포수 김태군의 트레이드였다. 삼성과 협상을 벌여 주전 내야수 류지혁을 건네주고 김태군을 영입해 안방 보강을 이루었다. 작년부터 한준수까지 풀타임 포수로 성장하면서 KIA 안방은 우승을 이루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외국인 투수들과 모두 결별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았다. 메이저리그 22승 투수 윌 크로우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제임스 네일을 영입했다. 역대급 외인이라는 기대속에서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에 이르는 국내파 트리오와 함께 최강의 선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였다. 크로우는 부상으로 조기에 귀국했으나 네일은 선발진을 이끄는 에이스로 우승의 밑돌을 깔았다.
지난 1월에는 LG 트윈스에서 스스로 방출된 200안타 주인공 서건창을 전격 영입했다. 신의 한수가 되었다. 2루수와 1루수 백업맨이었지만 선발출전도 하면서 이범호 감독의 활용폭을 넓혀주었다. 242타석에 들어서 타율 3할1푼, 25타점, 39득점, OPS 0.824의 우등성적을 냈다. 출루율이 4할1푼8리나 됐고 두번의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연봉 5000만 원 선수의 최고 가성비 활약이었다.
최고의 선택은 이범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었다. 전임 김종국 감독이 2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격 사퇴했다. 사령탑 없이 호주 스프링캠프에 돌입했고 최준영 대표와 심단장은 차기 사령탑 선임에 착수해 42살을 젊은 이범호 감독을 발탁했다. 가장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리더십도 갖췄다는 판단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초보답지 않는 운항능력을 보여주며 정규리그 우승으로 보답했다.
비시즌 기간중에는 투수들을 미국 야구 전문센터에서 훈련을 받도록 했다.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에는 정해영 윤영철 이의리 황동하 곽도규 등 5명을 보냈다. 정해영은 30세이브 마무리 구위를 회복했고 황동하는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이의리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곽도규는 부진한 최지민 대신 좌완 필승맨으로 활약했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샬럿의 트레드 애슬레틱스에 좌완 김기훈을 보내 투구폼 완성과 제구력을 되찾도록 했다. 시즌 막판 추격조로 역전의 발판을 놓는 호투를 펼쳤다.
또 하나 박수를 받을 만한 대목은 위기대처능력이었다. 윌 크로우가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좌완 캠 알드레드를 긴급 영입했다. 부상 대체 신분의 임시직이었다. 알드레드는 9경기에 나서 3승2패 평균자책점 4.24, 퀄리티스타트 3회의 성적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LG 킬러로 활약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어 고민끝에 알드레드와 결별을 선택했다. ML 36승 에릭 라우어를 진짜 대체외인투수로 영입했다.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더 실력있는 투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라우어는 초반 우타자에게 공략당하는 등 흔들렸으나 자신이 직접 사인을 내는 투구방식을 바꾸어 메이저리거 36승 클래스를 과시하는 투구를 펼쳤다.
마지막 대처도 빛났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턱에 타구를 맞고 시즌을 마감하는 초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단 나흘만에 대만에서 뛰던 에릭 스타우트를 임시 외인으로 전격영입했다. 스타우트는 정교한 제구와 변화구 구사능력을 과시하며 3경기에서 매직넘버 6을 삭제했다. 우승 임시 알바생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 동안 프런트의 선택과 결정, 발빠른 대처가 모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심재학 단장은 "부임 하고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것 같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나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잘해서 우승했다. 아직 큰 무대가 남아있다. 한 달동안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몸을 낮추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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