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을 깨는 통쾌함...서울예술단 ‘금란방’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9. 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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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이 내려지고 통속 소설이 금지된 조선 후기, 몰래 술을 파는 밀주방으로 아녀자들이 몰려든다.

2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연출 김태형)은 금기를 깨고 억압된 욕망을 실현하는 조선 시대 밀주방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이머시브 공연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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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가무극 ‘금란방’
조선시대 밀주방 구현한 무대
관객이 손님 돼 극 진행에 참여
9월28일까지 국립극장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금란방’의 한 장면. 서울예술단
“이야기를 끊지마. 여긴 모두 다 가능해. 자, 마셔! 마셔!”

금주령이 내려지고 통속 소설이 금지된 조선 후기, 몰래 술을 파는 밀주방으로 아녀자들이 몰려든다. 조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전기수(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는 사람) 이자상(김건혜·하은서·박재은)이 전하는 화끈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2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연출 김태형)은 금기를 깨고 억압된 욕망을 실현하는 조선 시대 밀주방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이머시브 공연으로 재현한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금란방’의 한 장면. 서울예술단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왕(민병상·안재홍)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주는 신하 김윤신(김백현·최인형·이한수)은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자상이 활약하는 밀주방으로 향한다. 김윤신은 사대부로서 저속한 장소에 섞이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지만 결혼을 앞둔 딸 매화(송문선·서연정)의 장옷을 두른 채 여자 행세를 하며 필사적으로 이자상을 찾는다. 뜨거운 장면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기술을 배워가지 못하면 왕에게 귀양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금란방’은 관객들이 밀주방을 찾은 손님이 돼 극의 진행에 참여하는 공연이다. 정사각형 무대의 네 개 면을 둘러싼 객석은 밀주방의 술자리이고, 배우들은 미리 준비된 관객들의 잔에 특별한 술을 따라주고, 말을 걸고, 율동을 알려주며 참여를 유도한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금란방’의 한 장면. 서울예술단
음악은 초연 때보다 다양해졌다. 국악기를 이용한 전통음악에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으로 밴드 음악을 더했고 클럽 음악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밀주방의 손님인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안무 또한 한국무용을 중심으로 관객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움직임을 넣어 이머시브적 특성을 강화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금란방’의 한 장면. 서울예술단
‘금란방’의 서사는 김윤신과 이자상, 매화의 정혼자 윤구연(김용한·이기완) 등이 벌이는 사건과, 극중에서 이자상이 들려주는 통속 소설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이자상의 소설에서는 성별이 계속 변하는 금녀(오현정·김연)와 이혼녀 금강(이은솔·오지은)의 적나라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 점차 김윤신 등 소설 밖 밀주방의 인물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압하는 불합리한 금기들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금란방’은 자신은 술을 즐기면서 금주령을 내렸던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백성들에게 통속 소설을 금지하면서 자신만 몰래 야한 소설을 즐기는 극중 왕의 모습은 자신에게 관대하면서 타인에겐 엄격한 한국 사회의 ‘내로남불’ 세태를, 성리학적 명분론에 취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압하는 김윤신, 윤구연 등의 태도는 특정 이념이 금과옥조가 돼 다양한 생각을 고사시키는 콘텐츠 업계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것으로 느껴진다. 웃음과 즐거움을 주지만 그 속에 뼈가 있는 가무극. 9월2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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