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1300만명 트럭운전노조, 트럼프도 해리스도 지지 거부 밝혀
오브라이언 노조 회장 "노조활동 보장 · 트럭업계 지원 전무"
[워싱턴=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의 국제트럭운전사 노조(IBT)는 18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두 후보는 모두 1300만 명의 회원을 가진 이 거대 노조의 지지를 받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션 오브라이언 트럭운전사노조 회장은 " 불행하게도 양대 대선 후보가 모두 우리 트럭 노조의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기업들의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해 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동안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 모두에게 우리의 중요한 노조 활동과 캠페인에 간섭하지 말 것과 핵심적인 트럭운전사 수송업계 보호, 우리들의 파업 등 단체 행동권의 존중을 요청했지만 불행하게도 둘 다에게 그런 약속을 받아낼 수 없었다"고 그는 지지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트럭운전사 노조의 이같은 거부 결정은 노동조합이 정치적인 정체성과 정책 방향 문제를 두고 양분된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이는 미국의 더 큰 국가적 양극화와 대립을 고스란히 반영해 주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그 동안 빠짐 없이 노동조합 등 노동자 조직을 지지하고 후원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끔 공개적으로 노조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일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많은 화이트 칼라(사무직) , 블루 칼라(생산업계)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공을 들여온 것이 사실이다.
트럭운전사 노조는 두 후보를 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다가오는 11월 대선에서 일부 영향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 두 후보들이 모두 노조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전을 펼칠 것이므로 결국 노조의 힘이 양분되고 주도권이 약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스 선거본부의 로렌 히트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서에서 지난 달 시카고의 민주당 전국대회행사에서 30명이 넘는 은퇴한 트럭운전자들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연설에 나섰다면서 해리스에 대한 트럭 노조원들의 지지를 자신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통과시킨 부치 루이스법이 그들의 연금을 크게 보전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대변인은 말했다.
히트 대변인은 " 트럼프는 파업 노동자들은 무조건 해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까지 모든 경력에 걸쳐서 직접 피켓을 들고 노동자 시위에 가담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노동자를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강력한 노조활동 경력 때문에 전국적으로 지역 트럭운전사 노조 회원들은 이미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 강력한 대규모 노조 조직들과 함께 앞으로도 지지에 나설 것이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트럭운전사 노조는 18일 내부 회원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보다 트럼프 지지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화당 선거본부에서는 당장에 그 사실을 이메일로 널리 알리면서 " 트럭 운전사 노조의 일반 노조원들은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돌렸다.
트럼프도 트럭운전사 노조가 양쪽 다 지지를 거부한 것을 두고 "대단한 영광"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는 " 그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며 큰 영광이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16일 트럭운전사 노조의 일부 임원들과 만나서 그녀가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중산층 지원과 노조운동 지지를 설명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도 올해 1월 같은 노조 대표들과 회동했으며 심지어 공화당 전당대회에 오브라이언 회장을 연사로 초청하기까지했다. 오브라이언은 그 때 대기업의 탐욕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오브라이언은 1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것은 결국 미래에 그들이 트럭운전사 노조를 후원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은 2028년 대선을 위한 경각심 고취이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앞으로 북미 최대의 강력한 노조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 노조원들을 지지하기 위해 뭔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 발표는 전국 교사노조나 자동차 노조 등 다른 직능별 대형 노조의 후보자 (해리스) 지지 발표보다 한참 뒤늦게 나왔다. 대선 불과 몇 주일 전에 나온 것이어서 오브라이언 회장에 대한 반발과 내부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코넬대 노동문제연구소장 아트 휘턴 교수는 오브라이언 회장이 공화당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이후 노조 회원들의 강력한 항의 등 후 폭풍을 맞은 적이 있어서 이번 양쪽 후보자 지지 거부 발표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파업 노동자를 가차없이 해고한 것을 격찬해 온 것을 예로 들면서 트럭운전사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완전한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트로이트의 웨인 주립대 교수인 노동문제 전문가 매릭 매스터스도 이번 트럭운전사 노조의 두 후보 지지 거부 발표는 노조 내부의 이견 정리 수준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또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트럼프가 노조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한 것 보다는 총기규제 반대나 낙태 반대, 국경 이민방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그는 분석했다.
게다가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트럭운전사를 포함한 수 백만명의 퇴직 노조원들의 연금 삭감을 막기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그들을 보호했다는 사실에도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무관심 하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2021년 코로나 지원금의 일부로 퇴직 노조원의 연금 삭감을 막은 민주당의 부치 루이스법은 오하이오주의 트럭운전사 노주지부장으로 말년에 이 노조원의 연금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이 법안 통과로 100만명 이상의 노조원들이 연금 삭감을 겪지 않고 구제를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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