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막아라" 신흥국까지 나섰다…포위당하는 '세계의 공장'
"미국에 동조 아닌 자국 경제상황 우려한 조치"
미국과 EU(유럽연합), 캐나다에 이어 일본을 위시로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들까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무역 압박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의지에 대한 동조 차원을 넘어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절박감이 느껴진다. 중국에 대한 관세 포위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포함한 미국의 새 관세조항은 EV에 대한 100%, 태양광전지에 대한 50%, 배터리 및 핵심 광물에 대한 25% 관세를 포함하고 있다. 모두 중국의 전략적 수출품목이며, 관세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직접적으로 투영돼 있다. USTR(미국무역대표부) 협상 담당을 지낸 스티브 올슨 동남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은 "무역전쟁 심화 위협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선은 확장 일로다. EU집행위원회는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한 35.3% 추가 관세(기존 10%에 추가) 부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캐나다도 중국산 전기차에 이어 광물, 배터리, 반도체에까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본도 최근 중국산 고무류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고 중국 현지언론은 전했다.
중국도 보고만 있지 않는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의 권리와 이익을 '차별적인 조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엔 실질적 무역보복을 가하는 한편 일본에도 역시 합성고무 반덤핑 맞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2중대 격인 캐나다에 대해서는 주력인 유채씨(카놀라유 원료)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무역전쟁의 전선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전선 확장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분위기라는 점이다. 중국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국들)에 함께 소속된 우방국인 인도는 최근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 일부에 최대 30%의 고율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터키는 지난 7월부터 중국산 자동차에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남미 반중국 무역기조도 구체화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4월부터 무역협정이 없는 국가를 대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등 544개 품목에 최대 50%의 임시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협정이 없는데도 엄청난 무역량을 기록 중인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브라질은 지금 18%인 전기차 관세를 2026년 35%로 인상하기로 했다. 올 1~5월 중국이 브라질로 수출한 전기차는 전년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타깃이 명확하다.
이는 이런 흐름이 미국에 대한 단순한 동조가 아니라 중국의 실질적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뜻이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자국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치가 중국에 실제 타격으로 이어질까. 10월 이후 수출실적이 말해주겠지만 일단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홍콩 연구기관 가베컬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연구부장은 "무역은 세계 2위 경제권인 중국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관세 증가는 성장에 분명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수출에 대한 의존은 커질 수밖에 없다. 1~2월 누적(합산발표) 7.1%(이하 전년비)로 출발한 중국 수출증가율은 3월 -7.5%, 4월 1.5%로 주춤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7~8%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바닥을 기는 중국의 경제지표들 속에서 수출처럼 우뚝 선 지표는 없다. 과잉생산 밀어내기 지적을 받으면서도 중국 정부가 수출을 더 채찍질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만리장성이나 죽의 장막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중국 정부의 대응도 분주하다. 사실상 유일한 우방 신흥시장인 아프리카에 들이는 중국 정부의 정성은 감동적일 정도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아프리카 협력포럼에 대해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개최된 국제행사 중 최대규모 행사"라고 자평, '일대일로포럼'을 포함한 다른 행사는 모두 후순위로 만들어버렸다.
중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인은 최근 EU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를 재고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중국 편에 서고 실리를 얻겠다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사실상 목줄이 잡힌 독일도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EU집행위원회와 별도로 부총리급을 파견, 중국 정부와 별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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