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케이블카 독점 기업의 몽니? ‘곤돌라 설치’ 서울시에 공사중단 소송
서울시 “절차상 문제없어…공공성 높이고 시민편의 추진”
서울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가 운영하기로 한 남산 곤돌라 설치 공사를 중단하라며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나서 곤돌라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남산 케이블카 ‘60년 독점 체제’가 깨질 위기에 놓이자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은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남산 곤돌라 사업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도시시설 변경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곤돌라 운영을 위해서는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시는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했다.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는 12m 이상 지주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또 남산 곤돌라가 운영될 경우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 자연환경 훼손 우려가 있고, 자신들이 재산상 피해를 본다면서 곤돌라 공사 중단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 추진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산 곤돌라는 25대의 곤돌라가 시간당 최대 1600명을 태우고,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 하부승강장과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간다. 올해 11월 본공사에 들어가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초 시운전을 거쳐 같은해 봄부터 정식 운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2009년과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6년에도 추진됐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얽혀 무산됐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남산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곤돌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5일 남산예장공원에서 착공식을 열고 곤돌라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시는 남산 곤돌라를 설계하면서 운행에 필요한 지주 5개 중 남산공원에 설치되는 지주를 2개로 하고, 경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높이를 15m 이상 낮춘 35∼35.5m로 변경했다. 또 철탑형이 아닌 원통형으로 설계해 경치를 덜 가리게끔 했다. ‘남산공원 기본조례’에 따라 곤돌라 운영 수익 전부는, 생태환경 보전 사업이나 시민 여가 활동에 쓰이게 된다.
무엇보다, 곤돌라 신설로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구도가 깨지면, 그만큼 시민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은 1961년 사업 허가를 받고 ‘가족회사’ 형태로 60여 년간 운영됐는데, 정확한 실체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사업 부지의 40%가량이 국유지이지만, 업체 측은 이익의 일부만 국유지 사용료로 납부하고 남산 관리나 환경 보전 등을 위한 공공기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21년 남산에 관광버스 진입이 통제되고, 남산 방문객이 케이블카로 몰리면서 막대한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한국삭도공업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195억 원을 기록했다. 버스 진입이 중단되기 전이자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136억 원)과 비교해 59억 원(43%)이나 증가한 것이다. 현재 국유지 사용료는 1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남산 케이블카 독점 구도를 깨고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 구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국삭도공업 측은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를 민간 투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자신들이 운영하겠다고 타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곤돌라 운영을 서울시설공단에 맡겼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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