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에게 큰돈 줬는데…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잘리나, SF 사장 또 '경질설' 심상치 않다
[OSEN=이상학 기자] 이정후(26)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파르한 자이디(48) 야구운영사장이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맷 채프먼과의 계약에도 불구하고 2025년 레임덕을 앞둔 자이디 사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전하며 그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그룹은 현재 팀의 방향과 성과에 불만이 있고, 시즌 막바지에 와서 면밀한 내부 평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자이디 사장의 남은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구단에 최선이 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극심한 스트레스 탓인지 자이디 사장은 최근 몇 주 사이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
앞서 ‘ESPN’도 지난 17일 ‘자이디 사장은 6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을 맡았지만 팀은 포스트시즌에 한 번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앞으로 몇 주간 연승을 거두지 못하면 사치세 한도를 초과한 페이롤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자이디 사장은 지난해 가을 멜빈 감독이 선임될 때 보도된 것처럼 자신의 계약이 2026년이 아니라 2025년까지 보장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멜빈 감독 선임 당시 자이디 사장은 2026년까지 계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 계약은 2025년까지 보장된 것으로 2026년 계약 실행 여부는 구단에서 선택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2+1년 계약. 자이디 사장의 경우 당장 내년 자리도 안심할 수 없다. ‘USA투데이 스포츠’에서도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그룹은 계약 마지막 해인 2025년 자이디 사장을 재신임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내년 거취가 불안하다고 보도했다.
LA 다저스 단장 출신인 자이디 사장은 2018년 시즌을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 사장으로 선임됐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인 자이디 사장은 데이터 분석 능력으로 ‘머니볼’ 빌리 빈 단장의 눈에 띄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보좌에 올랐고, 다저스 단장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사장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시즌 진출 1번에 그쳤다. 올해도 73승78패(승률 .483)로 NL 서부지구 4위, 와일드카드 8위에 그치고 있어 가을야구가 절망적이다. 2021년에는 다저스를 꺾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 후 자신이 선임한 게이브 캐플러 감독을 해고하며 멜빈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겨울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영입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를 6년 1억1300만 달러로 예상보다 더 높은 가격에 깜짝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투수 블레이크 스넬(2년 6200만 달러), 조던 힉스(4년 44000만 달러), 내야수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3년 4200만 달러), 포수 톰 머피(2년 825만 달러) 등을 FA 영입하고, 사이영상 출신으로 재활 중인 투수 로비 레이를 트레이드로 데려와 가을야구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정후가 5월 중순 수비 중 펜스에 부딪쳐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허무하게 시즌 아웃됐고, 3월말 계약을 마쳐 시즌 준비가 늦은 스넬도 전반기에 부상과 부진을 거듭했다. 유망주 엘리엇 라모스가 이정후의 빈자리를 메웠지만 투타 밸런스 난조 속에 순위 싸움에서 멀어졌다. 결국 솔레어를 7월말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하는 등 이도저도 아닌 행보를 보이면서 자이디 사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잦은 로스터 변경으로 구단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에는 채프먼과 6년 1억5100만 달러 연장 계약도 체결했는데 자이디 시장이 아닌 구단주 그룹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디애슬레틱’ 따르면 8월에 연장 계약 협상이 시작된 뒤 협상에 진전이 없자 프랜차이즈 포수 출신 버스터 포지가 속한 구단주 그룹이 나서 계약을 성사시켰다.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을 넣어 진척이 없던 계약을 완료했다. 2022년 9월 구단 지분을 사들여 구단주 그룹에 합류한 포지는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으로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발언권을 높이며 언론에도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이디 사장의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만약 자이디 사장이 경질된다면 이정후에게도 영향이 안 미칠 수 없다. 고액 장기 계약이라 당장 입지는 흔들리지 않겠지만 내년에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보호막이 되어줄 사장이 없다. 자이디 사장으로서도 ‘야심작’ 이정후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자이디 사장은 지역 라디오 ‘KNBR’과의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과 계속 협력해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시즌이었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몇 가지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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