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트로피에 이름 미리 새긴 김도영, 꿈의 40-40 찍고 42년 만의 '만장일치' 신화 쓸까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사실상 MVP 경쟁은 끝났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표를 받을지가 관건이다. KIA 타이거즈 '슈퍼스타' 김도영(21)은 과연 KBO리그 역사상 한 번 뿐이었던 '만장일치' MVP에 등극할 수 있을까.
KIA는 지난 17일 남아있던 매직넘버 '1'을 지우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17일) KIA는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서 0-2로 패했지만,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패하면서 남은 경기에 관계 없이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됐다.
'초보 사령탑' 이범호 감독의 지휘 아래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이 똘똘 뭉쳐 만든 우승이지만, 일등 공신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언급될 이름은 김도영이다. 프로 3년 차 올해 사실상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린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했다. 18일까지 134경기타율 0.344(517타수 178안타) 37홈런 105타점 134득점 39도루 OPS 1.063으로 KIA의 핵타선을 이끌었다. 장타율(0.646)과 OPS, 득점 1위, 홈런 2위, 타율 3위, 최다 안타 4위, 도루 6위, 타점 7위 등 대부분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김도영은 KIA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사실상 MVP 트로피에 이름을 미리 새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김도영이 남은 7경기에서 어떤 기록들을 달성하고 얼마나 높은 득표율로 MVP를 차지하냐에 쏠린다. 김도영은 이미 KBO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부터 시작해 전반기 20-20클럽 가입(역대 5번째 ), 최소타석(4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최연소 30홈런-30도루, 단일 시즌 최연소 최다 홈런 신기록(종전 1997년 이승엽 32홈런), 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역대 3번째)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기록 제조기'의 면모를 뽐냈다.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또다른 대기록들도 눈앞에 다가와 있다. 가장 먼저 달성이 유력한 것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다. 김도영은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 히어로즈)이 기록한 135득점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남은 7경기서 2득점만 추가하면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기록은 '40홈런-40도루'다. KBO리그 역사상 40-4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2015년 NC 다이노스의 ''괴물' 에릭 테임즈(47홈런-40도루)가 유일하다. 만약 김도영이 고지를 밟으면 역대 2번째이자 국내 타자로는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1개밖에 남지 않은 도루는 시간 문제로 보이지만, 7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40홈런-40도루 달성 여부는 MVP 득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O리그 역사상 만장일치 MVP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박철순(OB 베어스)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당시 박철순은 22연승을 포함해 24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의 성적을 기록, 단독으로 MVP 후보에 올라 반대표 없이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후 쟁쟁한 레전드 선수들도 같은해 강력한 라이벌들의 등장으로 표가 갈리면서 만장일치 MVP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2022년 MVP를 수상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26)다. 당시 타격 5관왕(타율, 타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을 차지했던 이정후는 총 득표수 107표 중 104표(이대호 2표, 안우진 1표)를 받아 97.2%의 득표율로 아쉽게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김도영이 유력한 MVP 후보 0순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만장일치 MVP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타자 쪽에서는 홈런 1위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 타점 1위 오스틴 딘(LG 트윈스), 타율 1위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 등이 타이틀 홀더가 될 경우 표가 분산될 수 있다. 멜 로하스 주니어(KT)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타격 주요 부문에서 고르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들도 득표 가능성이 있다. 투수 쪽에서는 2개 부문(평균자책점과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카일 하트(NC)가 표를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도영의 '만장일치 MVP'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력한 경쟁자였던 하트가 시즌 막판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4관왕 도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타격 부문 타이틀도 한 명에게 2관왕 이상으로 쏠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심을 크게 흔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김도영은 올 시즌 이미 여러 기록들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으며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강력한 후광까지 얻었다. 남은 7경기에서 김도영이 대망의 40-40 고지를 밟는다면 42년 만의 만장일치 MVP 탄생도 마냥 꿈은 아니다.
사진=OSEN,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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