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빙'=류승룡 개고생 드라마"..작·감·프 3인이 '믿음'으로 완성한 대상(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무빙'이라는 신화를 완성한 주인공 작가, 감독, 프로듀서 3인을 만났다.
지난 7월 19일 열린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영광의 대상인 디즈니+ '무빙'이 탄생했다. '무빙'은 대상뿐만 아니라 이정하(신인남우상)와 고윤정(신인여우상)이라는 걸출한 신인까지 탄생시키면서 3관왕을 차지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만큼 '무빙'의 대상이 확정됐고, 배우와 감독, 작가, 프로듀서 할 것 없이 모두가 무대 위로 올라와 기쁨을 나눴다. 특히나 그날은 '무빙'으로서의 마지막 행사 날. 이를 함께했던 모두가 유의미한 성과로서 트로피를 손에 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것.
강풀 작가, 박인제 감독, 그리고 스튜디오앤뉴의 함진 프로듀서는 '청룡' 트로피와 재회했고, 트로피 앞에서 시상식 당일의 기분을 다시금 느꼈다. 강풀 작가는 대상이 류승룡과의 경쟁 끝에 '무빙'에게 주어진 것을 언급하면서 "전체에게 주는 상이라 기뻤다. 사실 류승룡 배우가 받기를 바랐고 기대했었다. 가끔 촬영장에 갈 때마다 류승룡 씨는 물 속에 있고, 피분장을 하고 있으니까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겠다' 싶었다. 몸으로 한 고생뿐만이 아니라 우리 작품의 한 축을 세워주셨으니 작가 입장에서 고마운 분"이라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류승룡 개고생 드라마'라고. 육해공을 다 넣었고, 육지부터 바다까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까지 별걸 다 했다. 한 배우가 연기 인생을 통틀어 할 수 있는 고생을 여기에서 다 한 것 같다"면서 류승룡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무빙'에는 류승룡뿐만 아니라, 한 자리에 모을 수 없을 것 같던 주연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 같은 캐스팅을 완성한 것도 꿈 같은데 드라마를 통해 인생 연기까지 선보였으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뿌듯할 수밖에 없다. 박인제 감독은 남녀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성균과 곽선영을 칭찬하며 "곽선영 배우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역할이 죽음으로서 중간에서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잘 봐주셔서 후보에 올라갔으니 기쁘더라"며 웃었다.
이정하와 고윤정이란 신인을 발견한 것 역시 '무빙'의 큰 성과다. 함진 프로듀서는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에 지원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뽑힌 친구들인데, 촬영 내내 고생도 많이 했다. 봉석(이정하)이는 기사에도 났듯이 체중을 많이 증량해서 힘들었고, 윤정 배우도 워낙에 고생이 많았다. 김도훈 배우까지 3인방이 자리를 잘 잡게 되어서 주연급을 발견하고 키운 느낌이다. 마치 부모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며 웃었다. 강풀 작가는 특히 이정하를 언급하면서 "정하는 그냥 봉석이 같았다. 저희가 사무실에서 봤을 때 눈웃음이 정말 예뻤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을 잘 뽑아내는 것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작가, 감독, 그리고 프로듀서의 합과 능력. 이들은 3박자를 완벽하게 맞추면서 대작을 완성해냈다. 드라마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 둘이나 됐다. 강풀 작가에 함진 프로듀서까지 '드라마 초심자'들인 데다가 박인제 감독은 '킹덤2' 이후 곧바로 대작 제작에 돌입한 것. 강풀 작가는 "(제작비) 계산을 못하고 그냥 막 썼다. 뒷 감당은 감독님께 맡겼다. 미안한 것도 참 많았다. '무빙'을 만화로 그릴 때는 제가 그릴 거다 보니 눈치를 봐가면서 스토리를 썼는데, 이번에는 믿을 사람들이 생기니까 '감독님이 알아서 하겠지' 그런 마음도 솔직히 있었기에 '무조건 재미있자'는 목표로 썼다. 그 '재미있자'는 것이 여럿인데 규모를 생각지 않고 쓴 것이다. 특히 12회와 13회를 쓸 때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그런 생각 말라'고 하셨다. '작가는 그냥 쓰는 거고, 거기까지 미리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
박인제 감독도 "구현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다만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강풀 작가의 글에 응원을 보낸 것. '무빙'이 독창적인 화면을 구성해내고 대한민국의 초능력 판타지 드라마로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있었다. 박 감독은 "다르게, 독창적으로 해보자는 고민이 힘들었던 것이다. 어떤 작품을 하든지 그게 가장 힘든 과제인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작품에서 정서적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신선해야 하는 작품에서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비교될 대상이 많기에 고민이 크다"고 고백했다.
'무빙'이라는 작품은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영광이 됐을 것. 이 세 사람에게도 그런 영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감독은 "저는 옛날에 졸업영화를 찍은 뒤에 인권영화제에 가봤는데, 북한 인권 관련한 단편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실향민 할머니께서 제 손을 꼭 잡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그게 생각이 났다. '영화가 참 보람이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무빙'도 저에게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떤 사람에게 위로가 되니까. '무빙'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님이 잘 써주셔서 그런 거지"라며 웃었다. 함 프로듀서는 "평생의 영광이다. '무빙'을 첫 드라마로 하게 됐는데, 과정도 행복했고 결과도 좋았다. 분에 넘칠 정도의 결과를 얻게 돼서 감사하다. 배우들의 성격이 너무 좋았는데, 촬영장에 가면 힐링이 되는 게 있더라. 무사히 일년의 작업이 끝나 다행이고 스태프로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렇게 받게 된 '청룡' 트로피도 무한한 영광의 의미가 있다. 강 작가는 "모든 것이 저에게는 처음이었다. 드라마 극본도 처음이고, 저에겐 모든 게 신기했다. 사실 '청룡' 시상식은 매일 TV에서만 보고 말로만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지켜보던 것을 우리 팀이 받게 돼서 너무 기뻤다. 뭔가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먼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가 너무 고맙다. 사실 '무빙'이 작년 8월 9일에 오픈을 했는데, 지금까지 1년의 마무리를 짓는 너무 좋은 결과다. 대상이라 특히 기쁜 것은, 모든 사람들의 하나의 족적이 될 것 아니냐. 모든 스태프, 제작진, 배우가 이름을 새길 수 있는 기분이 든다"며 밝게 답했다.
함 프로듀서도 "이게 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다. 시상식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하는 환상을 가졌었는데, 내가 수상소감을 말하는 그런 꿈같은 일이 일어난 게 믿기지 않는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 독자로서 (강풀) 작가님의 작품을 다 봤었는데, 그런 사람을 만나서 일을 하는 꿈같은 일이 일어나서 감사하다. 시상식 트로피를 사무실에 두고 가끔 보고 있으면, '파이팅'이 생긴다. 첫 드라마 시작을 잘 했으니, 이걸 잘 이어가고 싶다. 다음 작품도, 다다음 작품도 '청룡'에서 '잘했다'는 상을 주시는 것은 인정을 받는 것이니, 앞으로 그런 기회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저의 미래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인제 감독은 "늘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에 대해 얘기할 때 '없는 걸 해보려고 한다'고 하고 '새로운, 신선한 도전이죠'라고 했었는데, 상을 받는다는 것은 뭔가 더 새로운 것을 해도 된다는 응원과 허락의 의미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 없는 것, 새로운 것을 하는 감독이 되면 좋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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