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래 최고금리 종지부…인상 시작 30개월 만에 정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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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현지시간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 끝에 기준금리를 과감히 인하했습니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해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높여놓은 연준은 지난해 7월부터 이 수준에서 1년 넘게 동결해 오다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입니다.
금리의 본격적인 인상부터 따지면 30개월 만의 정책 전환(피벗)이고, 최고 수준에서 동결된 때로부터 따지면 14개월 만의 인하입니다.
앞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린 것은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고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펴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이는 공급망 붕괴나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른 글로벌 요인과 맞물려 물가를 크게 밀어 올렸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6월의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새 9.1%까지 치솟으며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연준은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습니다.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지난해 6월엔 동결했고, 다시 그해 7월에 0.25% 포인트 올리며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여놓았습니다.
특히 2022년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인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밟았습니다.
2022년 초에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지난해 후반에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많았습니다.
이후 공급망 문제도 점차 해소되면서 물가 상승세는 둔화됐습니다.
지난해 초 7%대이던 물가상승률은 지속적으로 완화돼 연말에 3%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인하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준은 1년 넘게 고금리를 유지하며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연준이 이번에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는 그간 꾸준히 나왔습니다.
올해 7월에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자 며칠 뒤인 8월5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1987년의 '블랙먼데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주가 폭락사태가 있었습니다.
이후 증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한 달 만인 9월 초에 다시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우려가 확산하자 연준이 7월에 과감히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당시 기고문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8월 초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8월에는 FOMC 정례 회의가 없지만 비상 회의라도 열어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습니다.
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려서는 하강하는 경기를 살리기 부족하니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까지 이어졌습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보다 11만4천명 늘고, 실업률이 4.3%로 상승할 당시에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9월부터 연속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9월과 11월 연속해서 50bp(1bp=0.01%포인트) 인하하고 이후 회의 때마다 25bp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연준이 이번에는 과감히 0.5%포인트를 내렸지만 앞으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금리선물 시장의 예상값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오는 11월과 12월 두 번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 이상 빅컷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다만 이런 전망은 데이터에 기반해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자세를 감안할 때 향후 나오는 지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하는데, 이번 금리 인하로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거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경우 인하 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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