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부산 첫 4성 호텔…L7에 '해운대'를 입히다
조식에 부산 음식 넣고 서핑 인테리어도
무인 체크인·게스트팬트리 등 편의성 높여
부산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는 호텔들의 격전지다. 시그니엘 부산, 웨스틴 조선 부산, 그랜드 조선 부산, 파크 하얏트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등 5성급뿐만 아니라 신라스테이 부산, 소노문 해운대,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등 3·4성급까지 국내외 호텔들이 대거 밀집해있다.
이런 해운대에 롯데호텔의 신규 호텔인 'L7 해운대'가 지난 7월 문을 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L7 해운대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해운대 시장이 맞닿아있는 부근에 위치해 있다. 해운대역에서 도보로 5분, 해운대 해수욕장과 도보로 3분여 거리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근접한 호텔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외국인, 가족 단위 관광객 공략에 나섰다.
해운대의 활기
'L7'은 롯데호텔이 2016년 첫선을 보인 4성급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다. 특급호텔인 롯데호텔과 시그니엘,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과 달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지역 문화를 반영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호텔을 지향한다. 기존 롯데호텔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브랜드명에서 '롯데'를 뺐다.
실제로 지난 12일 방문한 L7 해운대에서는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부산의 색채와 예술이 녹아든 '커뮤널 라운지'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호텔 로비는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위한 프런트 데스크가 크게 자리한다. 하지만 L7 해운대는 이 데스크 규모를 줄였다. 대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340㎡ 규모의 커뮤널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바둑이나 체스 등 게임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대형 풍선 작품 '디자이어 오브 문(Desire of Moon)'을 포함해 10여 점의 작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서핑 보드로 벽면을 장식해 부산의 바다 느낌을 담았다.
체크인 데스크를 대신한 것은 키오스크다. 로비 중앙에 놓인 6대의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쉽게 셀프 체크인을 할 수 있다. 체크아웃 시에는 1, 3층의 박스에 키를 넣고 가면 된다. 직원과 대면하거나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차분한 우드톤으로 꾸며진 객실 내부도 곳곳에 그림이 걸려 있어 활기찬 느낌이 난다. 문에 부착할 수 있는 방해금지팻말도 서핑 보드 모양의 마그넷이다.
호텔 조식 뷔페에도 부산의 색채가 물씬 느껴진다. 일반 호텔 뷔페처럼 아메리칸 스타일 외에도 나물, 김치, 밥 등 한식, 베이커리 등은 물론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 그리고 미역국이 제공된다.
사이드 오션뷰
L7 해운대는 총 383개의 객실을 보유 중이다. 객실 유형은 저층부(4~9층)의 스탠다드, 중층부 이상(10~19층)의 슈페리어 그리고 스위트로 구분된다. 여기서 침대 유형별로 트윈, 퀸, 킹, 패밀리 트윈으로 나뉜다. 다시 객실 전망으로 타운뷰, 타운 오션뷰, 사이드오션뷰로 세분화했다.
이 중 가장 독특한 것은 사이드오션뷰 객실이다. L7 해운대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북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해운대로 570번길 초입에 위치해있다. 건물이 정확히 해수욕장을 정면으로 보고 있지 않고 살짝 틀어져있다. 이 때문에 완전한 전면 바다 조망은 어렵다.
하지만 L7 해운대는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사이드오션뷰 객실 창가에 바닥과 단차를 둔 공간을 만들면서다. 이 공간에 좌식 소파 공간을 만들고 테이블을 놓아 창가에 앉아 해운대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 객실은 카펫 대신 마루 바닥으로 돼있다. 샤워부스와 화장실은 별도 공간으로 분리했다. 세면대는 화장실 외부에 건식으로 설치, 투숙객 여럿이 같은 시간에 각자 이용할 수 있다. 모든 객실에 공기청정기, 미니 냉장고가 구비돼 있다.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객실 타입은 슈페리어 패밀리 트윈 객실이다. 싱글 침대와 더블 침대가 놓여 있어 친구, 가족 3인이 이용할 수 있다.
L7 해운대의 스위트는 주니어 스위트 온돌룸, 스튜디오 스위트 룸, 오션 스위트 룸 등으로 구성돼있다. 주니어 스위트 온돌룸은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객실로 온돌 매트를 까는 것도 가능하다. 분리된 공간에 욕조가 놓여 있다. 스튜디오 스위트 룸은 객실과 거실이 개방돼있어 소규모 파티도 열 수 있다. 객실에서 달맞이 고개와 미포항, 해운대 해변과 도시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오션 스위트는 L7 해운대의 시그니처 객실이다. 두 개의 퀸 사이즈 베드를 넣었고 침실과 거실을 분리했다. 현재 코웨이의 안마의자 '비렉스'와 협업해 '페블체어'를 체험할 수 있다. 오션 스위트와 스튜디오 스위트에는 스타일러도 설치돼 있다.
편의성 강화
L7 해운대에는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여러 부대시설도 들어서 있다. 투숙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시설은 최상층인 19층에 위치한 루프탑 풀이다. 해운대 해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시야로 해운대 일대를 내려다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밤에는 멀리 광안리 해변과 마린시티 야경도 볼 수 있다.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온수풀이다. 인피니티풀, 패밀리풀, 자쿠지, 사우나를 갖췄다. 투숙객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성수기인 여름에만 50명 정원으로 운영된다.
또 피트니스룸인 '에너지 스튜디오'에는 트레드밀, 바이크, 덤벨, 짐볼 등 다양한 운동기구가 마련돼 있다. 특히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가 있어 이용객이 유튜브 운동 영상을 틀어놓고 운동할 수 있다.
환경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객실 내에 일회용 칫솔, 치약이 제공되지 않지만 이를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인 '맥시바'가 설치돼 있다. 또 1층에는 편의점이 있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3층에는 24시간 열려 있는 '게스트팬트리'도 눈길을 끈다. 젓가락, 숟가락, 포크 등 일회용품과 아이스버킷, 와인잔, 오프너,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돼 있어 투숙객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3층의 무료 락커 역시 투숙객들에게 반응이 좋다. 30인치 여행용 캐리어까지 보관할 수 있는 130개의 락커가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코인 세탁실인 '런드리룸', 세미나, 회의 등 행사가 가능한 미팅룸 3곳도 갖췄다.
L7 해운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고객 비중이 20% 정도 차지하는데 여름에는 가족 단위 고객의 비중이 높다"며 "인근 호텔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해운대 숙박 시장
L7 해운대는 롯데호텔이 지난 2020년 시그니엘 부산 이후 4년만에 선보인 호텔이다. L7 호텔이 국내에서 서울 외 지역으로 진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호텔은 부산에서 이미 롯데호텔 부산과 시그니엘 부산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시그니엘 부산은 해운대 해수욕장 한쪽 끝에 자리해 있다. 신규호텔인 L7 해운대와는 도보로 15분여 거리에 불과하다. 이처럼 롯데호텔이 해운대에서만 두 개의 호텔을 운영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해운대 관광 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운대 인근은 꾸준히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장소다. 부산관광공사의 2023년 부산관광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주요 관광지별 방문객 수 순위에서 해운대 시장(631만3209명)과 해운대 해수욕장(589만9904명)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서면이 외지인 방문객 수 1위(923만4176명)를 차지하긴 했지만, 해운대 해수욕장과 시장을 합치면 서면을 넘어선다. 해운대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수 역시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지난해 4월부터 증가세가 뚜렷하다.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해운대 해수욕장과 해운대 시장에 각각 24만9407명, 25만6196명이 방문했다.
특히 숙박업종에서의 해운대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부산 주요 관광지별 숙박접종의 신용카드 지출액을 살펴보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외지인이 지출한 금액은 351억2900만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역시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362억1900만원을 지출해 1위에 올랐다.
롯데호텔 측은 "국내 제 2의 관광 시장인 부산에서 꾸준히 증가 중인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점점 분화되는 여행 형태에 맞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멀티 브랜드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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