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에 '숨은 가격' 논란…맥도날드 4명 주문 땐 5천 원 추가
유영규 기자 2024. 9. 19. 06:57
▲ 맥도날드 매장
맥도날드는 지난 5월 대표 메뉴인 빅맥세트 가격을 7천200원으로 300원 올렸습니다.
4인 가족이 집에서 빅맥세트 4개를 배달 주문하면 음식값은 얼마일까? 7천200원짜리 빅맥세트를 4개 주문한 비용은 2만 8천800원이 아니라 이보다 5천200원 비싼 3만 4천 원입니다.
빅맥세트 배달 메뉴 가격이 개당 8천500원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1천300원 비싸기 때문입니다.
빅맥세트 4개의 매장 메뉴 가격과 배달 메뉴 가격 차이는 3년 전만 해도 4천 원이었지만 지금은 5천200원으로 벌어졌습니다.
이 같은 배달 음식의 '숨은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올봄부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났지만, 이전에 내던 3천 원 안팎의 배달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달 메뉴의 숨은 가격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1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일한 메뉴라도 배달 앱 판매 가격이 매장 판매 가격보다 비싼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는 외식업체가 늘고 있습니다.
KFC는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2년여 만에 다시 도입했으며 파파이스는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배달 메뉴는 매장 메뉴보다 더욱 높은 가격으로 책정했습니다.
버거킹 와퍼세트는 배달앱과 매장의 메뉴 가격 차이가 1천400원으로 커졌습니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도 이중가격제를 검토 중입니다.
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늘었다면서 이중가격제를 요구해 본사가 직영점에서 다음 달까지 이를 테스트할 계획입니다.
커피 브랜드도 이중가격제를 적용합니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에서 아메리카노 배달 제품 가격은 2천 원으로 매장 제품 가격보다 500원 비쌉니다.
외식업체들은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것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배달 비용 부담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입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외식업주로부터 배달비 외에 음식값의 9.8%(부가세 별도)를 중개 수수료로 받습니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본사는 가맹점에 배달 메뉴 가격도 동일하게 하라고 권장하지만, 과도한 배달 수수료 때문에 점주들이 부득이하게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린다"고 말했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배달 서비스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매장 방문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배달 메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외식업체가 '이중 가격'을 적용해 소비자에게서 숨은 가격까지 받는 영업 행태는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분식집과 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등 20곳(59%)이 이중가격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소비자원은 지난 2021년 조사에서도 주요 5개 햄버거 브랜드 가운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4개 업체의 배달 주문 제품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비싸다면서 "배달로 많이 주문할수록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더 문제는 소비자가 배달 메뉴 가격과 매장 메뉴 가격이 다른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외식업체가 이중가격제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배민이나 쿠팡이츠에서 맥도날드나 KFC를 검색하면 배달 메뉴 가격이 매장과 비교해 비싸다는 공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버거킹은 '딜리버리(배달) 메뉴 가격은 매장 가격과 상이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이후정 한국소비자원 온라인거래조사팀장은 언론 통화에서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상품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배달 주문할 때와 매장에서 구입할 때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고지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소비자가 이중가격인지 모를 때가 많다"면서 "가격 차이를 안다면 더 저렴한 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원은 2021년 조사 이후 배달 주문과 매장 구입의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리라고 업체들에 권고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메뉴 가격에 숨은 배달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무료 배달이라고 해도 메뉴 가격에 배달비가 숨어있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면서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배달비를 음식값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