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만에 금리 내린 美 연준… 0.5%P 인하 ‘빅컷’ 단행(종합)

김효선 기자 2024. 9. 1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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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1.5%P로 줄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빅컷’
연내 추가 금리 인하할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단행하는 통화정책 전환을 0.50%포인트(P)의 금리 인하인 ‘빅컷’으로 결정했다.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1.50%P로 줄어들었다. 연준은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를 통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계획도 밝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美 정책금리 4.75~5.00%로 내려

18일(현지 시각)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P)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앞서 연준은 2020년 3월부터 0.25%(상단 기준)로 유지되고 있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0.5%로 올린 이후, 지난해 7월까지 금리 인상을 거듭하며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었다.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꺼내 든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 금리 인하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으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대략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만장일치에 의한 빅컷 결정은 아니었다. 투표 위원 12명 중 11명만 빅컷에 찬성했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0.25%P 인하에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 파월 “지표 고려해 빅컷 결정”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금리 인하 시기를) 기다렸고, 그 인내심이 정말 큰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정책을 더욱 적절하게 재조정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은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시대로 전환했으며 (파월의 발언은)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빅컷’ 결정이 고용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임금 상승률은 ‘눈에 띄게 하락(notable step down)’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적절한 재조정은 고용시장 강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3.5% 수준이었던 미국 실업률은 최근 4.2%까지 올라왔다.

다만 파월 의장은 현재 고용 시장 상황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률은 매우 건전한 수준”이라며 “미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괜찮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과거 ‘초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다시 오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 느낌상 수조 달러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던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로이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은 점도표에서도 확인됐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으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말까지 최종 기준금리가 4.4%(중간값)로 낮아질 거라 예상했다. 이는 3개월 전 예측(5.1%)보다 내려간 것이다.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총 19명의 위원 중 9명이 올해 말 정책금리를 4.25~4.50%로 내다봤으며 7명은 4.50~4.70%로 전망했다.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전망한 1명의 위원은 4.00~4.25%로 내다봤다. 나머지 2명은 올해 말 정책금리를 4.75~5.00%로 전망했다. 내년 이후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5년 말 3.4%(6월 예측치 4.1%), 2026년 말 2.9%(6월 예측치 3.1%), 2027년 말 2.9%(6월 예측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 정치적 파장 불가피할 듯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단행한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은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초접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로 경기가 좋아지면 해리스 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 있다. 해리스 측은 금리 인하를 인플레이션 완화 노력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내려야 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려 할지 모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발표는 높은 물가에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이 환영할 소식”이라면서 “물가를 계속 낮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25% 하락한 4만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9% 내린 5618.26에, 나스닥지수는 0.31% 하락한 1만7573.30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연준의 빅컷 단행 소식에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처음엔 환호를 받았지만, 연준이 잠재적인 경기 약세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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