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뢰 공고해지고, KBS와 격차 벌어졌다 [2024 신뢰도 조사]

임지영 기자 2024. 9. 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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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약진과 유튜브의 선전. 2024 〈시사IN〉 신뢰도 조사 언론 분야를 요약하는 키워드다. MBC의 신뢰도가 높아진 시점이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와 일치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MBC의 신뢰도가 올라갔다. ⓒ시사IN 조남진

MBC의 약진과 유튜브의 선전. 2024 〈시사IN〉 신뢰도 조사 언론 분야를 요약하는 키워드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를 묻는 질문에 MBC가 25.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순위는 같지만 응답자 8.5%의 지지를 받은 2위 KBS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신뢰하는 매체로 유튜브를 꼽은 응답자(6%) 역시 늘어나 지난해 8위에서 3위로 순위가 크게 올랐다. TV조선(4.6%), JTBC(4.4%), SBS(4.1%)가 그 뒤를 이었다.

MBC의 신뢰도가 높아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와 일치한다. 윤 정부 출범 첫해 MBC는 ‘바이든-날리면’을 최초 보도하며 정부·여당의 공세를 받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데 이어 경찰이 인사청문 자료 유출 혐의로 기자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집권 2~3년 차에도 ‘사건’은 이어졌다. 선거 기간,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의 날씨 예보 중 ‘미세먼지 1’ 자막이 민주당의 기호 1번을 연상시킨다며 법정 제재를 결정해 언론탄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류희림 위원장의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의결한 지상파·종편·보도PP 법정 제재 총 66건 중 24건이 MBC에 집중됐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관련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에 나선 외교부가 재판에서 승소하자 MBC는 곧바로 항소심을 제기했다. 지난 7월19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MBC의 행보에 국민이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언론매체 중 ‘가장 신뢰하는 방송매체’로 범위를 좁혀 보면 그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MBC가 37.4%로 1위이고 KBS가 13.5%, JTBC와 SBS가 각각 6.6%로 뒤를 이었다(〈그림 1〉참조). 탄핵 정국 당시 활약이 두드러졌던 JTBC에 자리를 내준 2017~2019년을 제외하고 대체로 1위 자리를 지킨 공영방송 KBS는 지난해부터 신뢰도 2위로 내려앉았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수신료 분리 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민 KBS 사장 취임과 동시에 시청률 높은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되기도 했다. 최근 KBS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직을 도입했다. 지난 광복절에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공연 실황을 내보내 반발이 일자 사과했다.

TV,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를 포함해 현재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다수는 〈MBC 뉴스데스크〉(9.5%)를 1위로 꼽았다.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4.6%)과 〈KBS 뉴스9〉(4.6%)가 공동 2위다(〈그림 2〉참조). 선호하는 프로그램의 방송사별 집계에서도 MBC가 13.6%로 1위였고 유튜브(11.3%), KBS(6.8%), TV조선(4.5%) 순이었다. 이 같은 신뢰도 조사 결과에 대해 MBC 관계자는 “마지막 남은 공영방송 MBC에 대한 국민과 시청자들의 응원과 격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신뢰도 1위와 2위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사실은 언론계뿐 아니라 집권 세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평가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바르고 힘 있는 뉴스, 진실의 편에 서는 알찬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7월16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 보수단체가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시사IN 조남진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로는 지난해에 이어 〈조선일보〉(18.1%)가 1위로 꼽혔다. 그 뒤를 MBC(13.9%), KBS(12.8%), TV조선(10.6%), 유튜브(4.2%)가 이었다(〈그림 3〉참조). 〈조선일보〉를 제외하고는 신뢰하는 매체와 불신하는 매체의 순위가 비슷하다. 조사를 담당한 한국갤럽의 ‘신뢰·불신하는 언론매체’ 좌표 매핑 분석 결과, 유튜브는 신뢰가 높고 불신이 다소 낮은 범주에 속하며, KBS는 신뢰와 불신이 공존하는 범주,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신뢰보다 불신이 높은 범주에 위치했다.

우리나라 언론매체 중 가장 신뢰/불신하는 매체(1순위 기준)를 신뢰와 불신 두 축으로 매핑한 결과, ‘유튜브’가 신뢰는 높고 불신이 다소 낮은 범주, ‘KBS’는 신뢰와 불신이 공존하는 범주,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신뢰보다 불신이 높은 범주로 분석되었다.

하락세이던 유튜브 신뢰도 상승

2020년, 13%의 응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이던 유튜브의 신뢰도가 올해는 6%로 지난해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팟캐스트ㆍ유튜브 채널 ‘매불쇼’가 처음으로 10위(1.2%)권에 진출했다. 가장 신뢰하는 유튜브 채널로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1위(6.9%)로 지난해와 순위는 같지만 0.9%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매불쇼(2.0%)’ ‘MBC NEWS(1.6%)’ ‘YTN(1.3%)’이 그 뒤를 이었다. 예능·토크쇼를 표방한 팟캐스트로 시작했다가 2018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매불쇼’는 현재 시사 현안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위 10개 채널 중 ‘슈카월드(1%, 5위)’가 유일하게 경제·금융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시사 프로그램이다. 총선 등 선거를 거치며 영향력이 확대된 결과로 보인다.

가장 신뢰하는 신문매체는 〈한겨레〉라고, 11.9%의 응답자가 답했다. 〈조선일보〉가 11.2%로 2위, 〈동아일보〉(4.5%), 〈경향신문〉(3.3%), 〈중앙일보〉(2.9%) 순이었다. 지난해 대비 〈한겨레〉가 소폭 상승하고 〈조선일보〉가 하락해 순위가 바뀌었다. ‘없다/모름/응답 거절’이 과반인 59.1%로 가장 높았다. 집단별로 살펴보면 〈한겨레〉는 50대, 더불어민주당ㆍ조국혁신당 지지층, 진보층에서 〈조선일보〉는 60대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자영업, 보수층에서 신뢰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시사IN〉이 2007년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줄곧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였던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가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16%의 응답을 얻어 지난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신뢰도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 지난해 JTBC를 떠난 손 전 대표이사는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로 잠시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4.6%), 유시민 작가(3.9%),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현 국회의원(1.0%)이 손석희 전 대표이사의 뒤를 이었다. ‘없다/모름/응답 거절’이 64.7%로 지난해(71.5%)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의뢰: 〈시사IN〉
- 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조사 일시: 2024년 8월25~27일
-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 조사 방법: 가구 유선전화 RDD 및 휴대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CATI)
- 응답률: 6.6%(무선 7.2%, 유선 3.8%)
- 가중치 부여 방식: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7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 표본 크기: 1008명
- 표본 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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