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똑같은 상황 다시 온다면 또 똑같은 결정할 거다” [2024 신뢰도 조사]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는 MBC를 ‘고향’이라 지칭한다. 지난 7월 그가 11년 만에 고향을 방문했다. 총 5회 방영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하 〈질문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고민거리를 인터뷰로 풀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영업, 저널리즘, 영화, 책, 노년을 키워드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유시민 작가, 최민식·윤여정 배우 등 각 분야 영향력 있는 당대의 인물들이 ‘손석희의 질문들’에 답했다. 모든 저널리즘의 시작이 인터뷰라는 그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는 기획이다. MBC 〈100분 토론〉이나 〈JTBC 뉴스룸〉에서 현안을 다루던 모습과 달리 방송 중 자주 미소를 보였다. 몇몇 회차는 방영 이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시사IN〉이 2007년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항상 ‘신뢰하는 언론인’ 1위의 자리를 고수했다. JTBC에서 뉴스 책임자로 앵커석에 있을 당시 과거의 응답률을 매해 갈아치우며 정점을 찍었다. 방송을 떠나서는 수치가 낮아졌지만 그래도 계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는 지난해(7.7%)보다 8.3%포인트 오른 16%의 지지를 받았다. 2019년 이후 최고치다. JTBC 순회특파원 직을 떠나, 올 봄학기부터 일본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있는 손석희 전 대표이사에게 신뢰도 1위의 소회를 물었다. 올해는 그가 MBC에서 방송 생활을 시작한 지 4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응답률이 많이 올랐는데 그 이유를 짐작한다면?
그건 나보다도 조사에 응한 분들이 알 것이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방송에 나오는 일도 이젠 거의 없어서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질문들〉로 11년 만에 MBC에 복귀했다.
첫날 녹화를 하는데 카메라에 MBC 로고가 박혀 있는 걸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제작진도 과거에 낯익었던 이들이 많았다. 사실은 프로그램을 맡기 전에 꽤 긴 시간 생각을 좀 했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쯤은 고향에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래 이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김재영 프로듀서가 공영방송으로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보자고 해 일단 동의했다.
다섯 개 주제의 공통분모는 ‘위기’였던 것 같다.
사회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맞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정했다. 자영업, 저널리즘, 영화, 책, 노년의 문제들이었는데 모두 다루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게다가 이미 주제와 출연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해당 이슈가 갑자기 돌출된 경우도 여러 번 있어서 한편으로는 부담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관심을 받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무겁게 가면 모두가 지칠 것 같아서 내 딴에는 좀 부드럽게 한 편이다. 〈100분 토론〉은 아니니까(웃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출연했을 때 갈등을 겪는 점주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는데.
아마 양쪽이 소송까지 간 상태였다면 우리가 그 문제를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녹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우리로서는 최대한 점주들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질문의 상당 부분에 점주 입장을 반영하고, 녹화 이후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그것도 최대한 편집으로 집어넣는 방법을 썼다.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선 그래도 서운했을 것이다. 아무튼 첫 회부터 백 대표나 점주들이나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최민식 배우의 영화값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보름 넘게 관련 기사가 나왔다고 들었다. 그렇게까지 오래갈 줄은 몰랐는데 그건 그만큼 관람료 문제가 관심 사안이란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진 논쟁이 좀 엉뚱하게 흘러간 측면도 있더라. 나야 질문한 입장이니 여기서 더 얘기하진 않겠다.
언론과 미디어를 주제로 유시민 작가와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벌인 논쟁이 화제가 되었다. 그 주제에 관한 한 질문자이기보다 답변자 자리에 어울린다.
두 사람의 논쟁보다도 그 이후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논쟁이 더 뜨거웠다고 들었다. 레거시 미디어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동시에 레거시가 왜 비판받는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러 자리에서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레거시가 반성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 둘이 적대적 관계로 가야 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서로 상대가 못하는 일을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본다.
유튜브를 할 생각은 없나?
〈질문들〉에서도 그 얘기가 나왔는데, 그리 긍정적으로 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냐고 물으면 딱히 내세울 이유는 없다. 그냥 유튜브에서 내가 뭘 한다는 것이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질문들〉에서 어떤 만남이나 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가장’이란 조건이 들어간 질문을 받기가 항상 곤혹스럽다. 아홉 분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다. 상투적인 답변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진심이다. 모두가 그 분야에선 대표적인 분들이고, 주제 하나를 세우고 그렇게 긴 시간을 얘기한다는 게 분명히 부담스러웠을 텐데 끝까지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더라.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도 여운이 남는다는 반응이 많았고, 글쓰기 편도 의외의 주제였다.
텍스트의 위기는 황석영 선생과 김이나 작사가 덕분에 그 주제를 잘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식의 글쓰기를 하는 분들인데 서로 다름을 느낄 수 없었다. 황 선생의 여전하신 총기와 김이나씨의 재기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지막 회의 윤여정 선생은 이 주제와 관련해 다른 분을 생각하지 않았다고도 했듯이, 처음부터 그분만 섭외했고, 흔쾌히 받아주셨다. 워낙 솔직 담백하게 말씀하시니까 모든 말씀이 버릴 것 없이 전해졌다고 본다. 굳이 주제를 생각하면서 질문하지 않아도, 그분의 삶이 자연스럽게 그날의 주제와 연결됐다. 아마도 가장 큰 반향이 있었던 것 같다.
과거 인터뷰와 단행본에서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은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 생각은 여전한지, 그렇다면 저널리즘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한 것에 가깝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그냥 내가 생각해온 대로 말씀드리자면 이렇다. 저널은 원래 일기를 말한다. 일어난 일을 매일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이즘이 붙으면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이즘에는 생각·태도·신념 같은 것들이 개입된다. 저널리즘은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 제기를 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저널리즘은 태생적으로 현상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 시대, 힘 있는 보도라는 게 뭘까. 후배 언론인에게 조언한다면?
누구에게 조언하라는 게 제일 꺼려진다. 그래서 가장 반론이 없을 만한 얘기를 하자면, 어느 시대건 보도의 힘은 팩트에서 나오는 것이다. 팩트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나오는 기사를 많이 보게 돼서 하는 얘기다. 무엇을 취재하는가는 본인이나 회사 입장에 따라 다 다른 건 알겠는데, 결국 힘이란 건 가장 기본적인 걸 지키는 데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MBC에 입사해 방송 생활을 시작한 지 40년이 지났다.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일과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인가.
어떤 결정이든 양면성이 다 있는 것 같다. 중간에 일을 모두 접고 미국을 다녀온 것은 나의 삶을 다 바꿔버렸고, 그 이후의 방송 커리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만일 안 그랬으면 심적으로는 편했을 것 같기도 하다. JTBC로 옮겨갔을 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저널리즘을 새로운 후배들과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당시 고향을 떠났던 것이 늘 마음의 빚이었다. 보람과 후회는 그래서 늘 같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또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방송을 포함해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
지금은 뭘 계획한다든가 하는 시간은 아닌 것 같고, 여기 일에 충실할 생각이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의뢰: 〈시사IN〉
- 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조사 일시: 2024년 8월25~27일
-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 조사 방법: 가구 유선전화 RDD 및 휴대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CATI)
- 응답률: 6.6%(무선 7.2%, 유선 3.8%)
- 가중치 부여 방식: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7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 표본 크기: 1008명
- 표본 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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