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 '물가·고용' 모두 잡을까…연준, 50bp 내리며 연착륙 유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마무리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진정과 노동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연착륙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상단을 기존 5.5%에서 5.0%로 50bp(1bp=0.0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었다"면서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따른 위험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실업률의 고통스러운 상승 없이 가격 안정성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번 금리 인하는 이러한 연착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근 몇년 간의 기준금리 인상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었다.
연준은 2022년 초 0.25%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지난해 7월 22년 만에 최고인 5.5%까지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을 2022년 6월 고점인 9.1%에서 지난달 2.5%로 낮췄다.
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감소한 반면 고용 하강 위험은 증가한 상황"이라고 밝혔고, 이후 고용이 금리 인하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7월 실업률이 4.3%로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고 일각에서는 8월 긴급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8월 실업률은 4.2%로 내려갔지만 비농업 고용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6∼7월 고용 증가 폭도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 우려가 이어졌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을 통해 연말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4.4%로 상향, 실업률이 향후 소폭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의 하방 위험이 늘어났다"면서도 4% 초반대 실업률은 여전히 건강한 수준이며 연준의 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치상으로 미국 경제가 대체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 속에 이번 금리 인하 직전까지 인하 폭을 두고 25bp와 50bp 견해가 박빙을 이뤘는데, 연준이 예방적으로 빅컷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노동시장이 뚜렷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50bp 인하는 옳은 조치였다고 본다"면서 "경제가 정말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면 실업률은 연준 예상대로 4.4%로 안정될 것이며, 이번 조치로 그럴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는 "연준이 노동시장 약화를 인정하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대응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더 부양하는 것은 대체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9년 이후 6번의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 가운데 즉각적인 경기 둔화를 겪지 않았던 적은 1995년과 1998년 2차례뿐인데,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미국 금융시스템에 경고 신호가 없다면서 "위험들이 있지만 (강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유의미하게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놀랍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를 앞두고 연준이 이미 금리 인하 적기를 놓쳤고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우리는 이미 침체 상태에 있다. 대단히 많은 해고 발표가 보인다"면서 연준이 긴축 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한 만큼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은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연말까지 적어도 50bp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또 내년 100bp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고한 상태이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향후 금리 인하의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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