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포 여러분, 일본은 항복했습니다”…4시간 빨리 ‘광복’ 전했다
[앵커]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됐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건 1945년 8월 15일 정오 히로히토 일왕의 육성 방송 때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일왕의 육성 방송보다 약 4시간 먼저, 미국에서 라디오 방송으로, 그것도 한국어를 통해 일제의 항복 소식이 전파를 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광복 소식을 전한 최초의 한국어 방송인데, 어떤 내용인지 직접 들어보시죠.
김용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945년 8월 15일 낮 12시 히로히토 일왕은 라디오를 통해 전쟁이 끝났음을 알린다는 의미의 '종전 조서'를 직접 낭독합니다.
[히로히토 일왕/1945년 8월 15일 : "미국·영국·중국·소련 4개국에 대해 그 공동선언(포츠담 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케 했다."]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는 연합국 공동선언, 즉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는 얘기로, 사실상 항복 선언입니다.
그런데 이 방송이 나가기 약 4시간 전 미국 전시정보국은 자국 방송사의 단파 라디오를 통해 항복 사실을 세계에 먼저 알렸습니다.
[미국의소리/영어방송/항복 방송 4시간 전 : "라디오 도쿄는 히로히토 일왕이 일본 시간으로 수요일 정오, 즉 4시간 후쯤 일왕의 발표를 방송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항복 소식을 영어와 중국어 등 각 나라 언어로 번갈아가며 알렸는데, 여기 한국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미국의소리/한국어 :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항복을 촉구하는) '포츠담 선언' 조건을 완전히 접수하였습니다."]
광복을 알린 최초의 한국어 방송이었습니다.
특히 일왕이 방송에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항복'이라는 단어도 사용해 의미를 명확히 했습니다.
[미국의소리/한국어 :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였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연합국 각 군대로 하여금 여러 공격 작전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서너 시간 뒤 찾아올 광복을 미리 축하하기라도 하듯 애국가도 2절까지 틀었습니다.
["(애국가 2절)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배현진/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 : "한국어를 사용해서 일본이 '항복했다'라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국가를 함께 송출한 것도 내용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70분 분량의 이 방송 자료는 '릴 테이프'에 녹음돼 전시정보국에 보관돼 있다가 최근 검수를 거쳐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관됐습니다.
KBS 뉴스 김용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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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기자 (ok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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