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수 16%인데 서울대 합격생은 35%…"'수능 40%룰' 깨야"
주요 사립대 학생부전형 수도권:비수도권 비율 5대 5로 비슷 끝>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입시경쟁 과열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은이 교육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서울, 특히 강남3구에 집중된 교육열이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은의 제안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거주지역 효과가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는 교육계의 오래된 숙제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주요 대학이 단순히 지역별 학생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1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나오게 된 현실과 기대 효과, 보완점 등을 5회로 나눠 점검한다.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한국은행 연구진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지역비례선발)는 처음 나온 방안이 아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서울대 총장이던 2002년 제안한 '지역 할당제'와 같은 고민을 담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강남 3구'로 대표되는 경제·지역적 불균형을 완화하고 잠재적 능력을 갖춘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정 전 총장의 제안은 '지역균형선발'이라는 이름으로 2005학년도 대입에 도입돼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차이는 있다. 서울대는 현재 전체 모집정원의 약 20%를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한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이를 입학전형 대부분으로 확대 적용하자고 제안했다는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단순 '학교장 추천제' 확대는 '내신 1등급 뽑기'밖에 안돼
단순히 지역비례선발을 확대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실현 가능성도 작고, 소득 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을 막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19일 "한국은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당장 역차별 논란이 나올 것"이라며 "서울대 지역균형전형도 '학교장 추천제'와 비슷해서 그렇게만 하면 전국에서 내신 1등급만 뽑아가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90점을 받은 강남 학생보다 85점 받은 지역 학생이 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며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학생의 학교생활이 담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양적, 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비례제 실현되려면 학교 교육과정-대입 연결돼야"
실제 서울대가 지역균형전형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입시에서 최초 합격자의 35.4%가 서울 출신이었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교생 중 서울 학생 비중은 약 16%다. 학생 수보다 2.2배가량 많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에서는 서울 학생 비중이 44.7%에 달했다. 서울 학생 수의 약 2.8배다. 수시에서는 서울 학생 비중이 29.0%로 낮아졌다. 서울대는 수시에서 지역균형전형과 일반전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수시에서도 지역균형전형은 서울 학생 비중이 21.4%로 더 낮았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전형팀장은 "지역비례선발제가 실현되려면 학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부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지금처럼 수능으로 40% 이상 뽑도록 묶어 놓으면 그런 논의 자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2019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수능 40%룰'을 서울 주요 대학에 권고했는데, 이를 지적한 것이다. 서울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40% 이상을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뽑도록 한 게 핵심이다.
◇수도권 비율…학생부전형 50%·수능전형 70%·논술 80%
임 팀장에 따르면 서울 주요 7개 사립대의 학생부 위주 전형 합격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학생 비중이 5대 5 정도 된다. 수도권 고교생 비중이 전체의 약 49%(교육기본통계)인 것과 비슷하다.
반면 정시 수능 전형은 합격자의 약 70%가 수도권 학생이다.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논술 전형은 수도권 학생 비중이 80%로 수능 전형보다 더 높다.
임 팀장은 "인위적으로 비율을 정하지 않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면 전국 고교에서 고르게 선발된다는 것이 수십 년간의 통계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상류층 특혜 막으려면 사회적 배려 전형 함께 확대"
지역비례선발로 대부분의 학생을 뽑을 때 서울의 소외계층이 불리해지고 비수도권의 고소득층이 주요 대학 진학에 혜택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회균형선발'(사회통합전형)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확대한다지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포함되지 않으면 지역 상류층에 특혜를 주게 된다"며 "지역균형선발(지역비례선발)을 확대할 때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함께 되지 않으면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격자 배출 고교 수 아닌 더 다양한 정보 공개해야"
지역비례선발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고교 다양화 정보를 조금 더 세밀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의 경우 해마다 지역별, 고교유형별 합격생 현황과 함께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 수를 공개한다. 2024학년도의 경우 924개 고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박 교수는 "단순히 몇 개 고교에서 합격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고교 다양화라고 했을 때 특목·자사고 비중과 함께 소외된 지역의 고교 학생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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