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워싱?... 상장사 4곳 중 한곳은 자사주 취득 계획보다 적게 매입

강정아 기자 2024. 9.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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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의 대표적인 주주환원책 중 하나로 꼽히는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4곳 중 1곳은 목표한 수량만큼 주식을 사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주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의 빌딩숲. /조선DB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자사주 취득 계획 발표 후 취득 결과까지 공시한 상장사 64곳(중복 제외) 중 17곳이 목표 매수량을 채우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27% 수준이다. 이들은 주가 부양,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유로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7곳 중 대동전자, 기아, JW홀딩스 등 7곳이 목표 수량을 충족하지 않았다. 미달성 비율은 대동전자가 30%로 가장 높았고, 기아가 23.1%, JW홀딩스가 11.4%, HDC가 10.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신한지주, KT, 지누스는 각각 목표치보다 3.8%, 2.8% 0.7%씩 부족하게 자사주를 사들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37개 기업 중 삼륭물산, 지어소프트, 휴마시스 등 10곳의 실제 매수량이 계획보다 적었다. 미달성 비율은 ▲삼륭물산 28% ▲지어소프트 26.1% ▲휴마시스 20.2% ▲디에스케이 11.1% ▲씨앤투스 10.8% ▲인산가 10.5% ▲앤디포스 10.2% ▲코텍 4.9% ▲오로라 4.4% ▲RF머트리얼즈 3.5% 순이었다.

애초 목표한 자사주 수량뿐만 아니라 총 예정 매입액을 미달한 상장사도 있다. 진단키트 제조업체 휴마시스는 지난 3월 19일~6월 18일(56거래일) 동안 진행된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 주문한 수량만큼 주식을 산 거래일이 7거래일에 불과했다. 주문을 넣었지만 단 한 주도 사지 못한 날은 4번이었다. 결국 총매입액은 270억원으로, 예정액(300억원)보다 30억원 줄었다. 목표 수량보다 355만주 적은 1398만주를 사는 데 그쳤다. 주식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기 위해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넣었다가 체결이 되지 않은 이유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손민균

코스닥 상장사인 삼륭물산도 10억6350만원에 자사주 30만주를 사겠다고 애초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21만주를 8억8000만원 규모로 사들이는 데 그쳤다. 삼륭물산은 자사주 취득 기간 중 주문한 수량만큼 매수에 성공한 거래일이 하루도 없었다.

공시 후 주가가 올라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경우도 있다. 기아는 올해 1월 25일 1주당 취득가액을 전날 종가 기준인 8만7900원으로 정해 5000억원어치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후 주가가 오르면서 1주당 평균 11만4375원에 주식을 샀다. 총 매수량은 목표 수량(569만주)보다 23% 적은 437만주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정해진 예산 속에서 주가가 올라 자사주 매입 수량을 채우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계획보다 금액을 더 들여 자사주 매입을 계획대로 마무리한 기업도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과 4, 6월 세 차례에 걸쳐 자기주식 취득 소식을 밝혔다. 이후 자사주 총 127만2676주를 예상 취득 금액(2250억원)보다 95억원 많은 2345억원에 모두 사들였다.

기업이 공시한 자사주 목표량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에 기업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함께 발표한 경우 향후 소각 과정에서 유통주식이 예상만큼 줄지 않아 주당순이익(EPS) 증가 효과가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주주환원을 극대화하려면 자사주 취득에 그치지 말고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배당 대신 주주환원 효과를 제공하는 한 방법”이라며 “향후 주식 소각까지 이어져야 주당 가치가 진짜 높아지는 효과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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