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차이나 바이오' 굴기

김윤화 2024. 9.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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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어 지난해 美 항암제 허가
ADC 분야 선두…배경에는 정부지원

한때 의료산업 후진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 정부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혁신신약 개발 등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서밋 테라퓨틱스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08.0% 뛰었다. 지난 9일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회사의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이 글로벌 매출액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보다 우수한 약효를 낸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보네시맙은 중국계 바이오텍(신약개발사)인 아케소바이오가 처음 개발해 지난 2022년 서밋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치료제다. 이미 중국에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준시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면역항암제로 첫 허가를 받는 등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내에서만 10개 이상의 면역항암제가 허가됐고 이노벤트, 베이진 등 다수의 중국계 제약사가 미국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 시장에서도 중국계 바이오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개발 중인 ADC 신약후보물질이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 10곳 중 중국계 바이오텍은 5개로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1곳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빅파마(거대제약사)가 여러 중국계 바이오텍의 ADC 후보물질을 도입하면서 기술이전 금액도 뛰고 있다. 

지난해 12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중국계 바이오텍인 시스트이뮨의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을 총 계약금 84억달러(11조2500억원)에 도입했다. 반환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8억달러(1조700억원)에 달한다. 단일 파이프라인 기준 ADC 분야에선 역대 최대규모 거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리가켐바이오가 존슨앤드존슨에 ADC 후보물질을 17억달러(2조2700억원)에 이전한 바 있다.

미셸 샤 아케소바이오 대표가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0회 JP모건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서 신약연구성과와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아케소바이오

중국계 바이오기업이 이처럼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바이오를 포함한 8개 산업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꼽고 규제완화,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라는 미래성장 로드맵에서 바이오를 10대 핵심산업으로 선정해 관련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의약품 규제정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제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15년 32억달러(4조2600억원)이던 중국과 글로벌 제약사 간 협력규모는 2019년 106억달러(14조1200억원)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에서 이뤄진 임상시험 건수도 같은 기간 515건에서 1548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이를 토대로 한국 제약산업과 격차도 벌리고 있다. 중국계 제약사 베이진은 지난 2019년 미 FDA로부터 혈액암 치료제 '자누브루티닙'의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유한양행이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항암제 '렉라자'의 허가를 받은 것보다 5년여 앞선 시기다.

미 하원이 최근 중국계 생명공학기업의 미국시장진출을 막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의 대중견제 수위가 강화되고 있지만 여기서 신약개발 분야는 빗겨나있다. 생물보안법에 제재대상으로 포함된 중국계 기업은 주로 CDMO(위탁개발생산)업체로 신약개발사는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0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지원 의지를 밝혔으나 업계 내부에서는 약가정책, 인력양성 지원 등에서 여전히 부족함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첨단바이오시장은 국가의 주권을 좌우할 만큼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첨단산업 지원에 나선 가운데 우리가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강대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연구개발(R&D) 자체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의 시드머니(종잣돈)로 작용하는 제네릭의약품(복제약) 등 캐시카우에 대한 약가정책 개선을 필요하다"며 "국회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 제약바이오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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