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도중 쓰러진 피아니스트 살린 의사, 어디 갔나 봤더니
통합 웰니스센터 갖추고 다학제적 진료 제공 초점
제약사·해외활동 경험 살려 진정한 ‘통합진료’ 구현
“사람 돌보고 사회 기여하는 병원 만드는 게 목표”
“의사라면 질병 너머의 환자를 봐야 하지 않습니까.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데 그치지 않고 건강한 노년과 웰빙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병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올 4월 개원 30주년을 맞은 광동병원에 합류한 김진용 대표원장(소화기내과·노년내과 전문의)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된 이후 줄곧 진정한 통합진료를 구현하고 싶다는 고민을 품어왔다. 여기라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1994년 개원한 광동한방병원은 ‘광동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전체 50병상에 통합웰니스센터·통증재활센터·어지럼증센터·글로벌 검진센터 등 전문센터를 갖추고 20명에 이르는 의료진이 다학제적 진료를 제공한다. 대학병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검사는 물론 엑스바디(Exbody), 멀티스파인(multi-spine) 같은 최신 재활장비와 면역, 자율신경계 검사 등 다양한 기능의학검사 장비가 있어 정밀 검진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매월 ‘다학제 협진 컨퍼런스 데이’를 지정해 진료를 한층 고도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김 원장은 “의료기관을 포함해 헬스케어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광동병원의 새로운 여정을 함께하게 돼 설레고 기대도 크다”며 “대학병원과 다국적 제약사, 다양한 해외 활동 등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통합 웰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고려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박사,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의대 소화기내과 교환교수를 거쳐 고대구로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11년간 소화기내과 교수로 근무까지 그의 행보는 대다수 임상의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가 국내 의료기관으로 활동 반경을 제한하지 않고 해외로, 제약·바이오 업계로 보폭을 넓히게 된 계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몽골에 파견됐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와 한국노바티스 의학부, 고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 분당차병원 노인센터, 차움 등에 이르기까지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런 경력 덕분에 진료 현장과 국제적 비즈니스 경영 감각을 두루 갖춘 전문 의료 경영인으로 불린다. 숨돌릴 틈 없이 바쁜 나날 중에도 몽골,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을 다니며 환자를 진료하고 현지 의료인 교육과 자문 역할을 하는 이유를 물으니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원장은 지난 2017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관람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피아노 연주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목숨을 살린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 공로로 그해 12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위기 상황을 직감한 뒤, 계단이 있는 것도 모른 채 한걸음에 무대 위에 올랐다는 그의 말에는 평소 환자에 대한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광동병원에 합류한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병은 없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 소위 ‘그레이 존’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것. 백세시대를 앞두고 오랫동안 라이프스타일 교정을 통한 ‘감속노화’를 연구해 온 김 원장이 광동병원 웰니스센터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통합진료의 모습이다. 광동병원은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약을 처방하기 전에 평소 복용하던 의약품 목록을 점검하고 필요시 줄이도록 권한다. 영양 섭취, 수면 패턴, 운동습관 등 건강과 관련된 상담을 통해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65세가 넘으면 잘 자고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고 몸에 맞는 운동을 하며 즐겁게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감속 노화”라며 “건강 회색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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