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선수에게 질타, 공정하지 않아" 패전은 1도 생각않은 김판곤 감독의 아픔…ACLE 첫 눈물, 최악 잔디의 '비애'
[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울산 HD는 뼈아픈 첫 걸음이었다. 전날 시민구단 광주FC가 안방에서 일본의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7대3으로 대파했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는 중국 상하이 선화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4로 패했다.
울산은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자존심을 세우지 못했다. 울산은 18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김 감독은 "명절인데도 이렇게 찾아주신 홈 팬들이 많았다. 내용도 그렇고, 결과도 실망을 안겨드려 감독으로 송구하다. 전반에 우리 마음대로 잘 안됐다. 후반에 좀 더 무게를 두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점 상황이 좋지 않았다. 팀적으로 미스가 있었다"며 "반전을 노렸고, 선수들이 애를 썼지만 부족했다.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는데, 남은 경기에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잔디는 가와사키는 물론 울산에도 독이었다. 볼터치가 조심스러웠다. 김 감독 특유의 '빌드업 축구'가 좀처럼 빛을 토해내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은 "ACLE에 나서는 울산은, 울산이기보다는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두 시즌 챔피언도 한 좋은 기억이 있으니 K리그 팬, 종사자에게 좋은 모습 보여서 보람을 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광주가 스타트를 잘 했기에 그 프라우드를 다시 줘야 했다. 하지만 마음같이 잘 안된 것 같다. 다시 한번 리뷰해서 잘하겠다"고 아쉬워했다.
전반은 0-0이었다.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분위기 전환을 위해 3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민우 김민준 이규성을 빼고 루빅손, 아라비제, 아타루를 수혈했다.
그러나 볼 줄기를 끊고, 중원을 장악한 가와사키가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울산의 골문이 후반 9분 열렸다. 마르시뉴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네트를 갈랐다. 결승골이었다.
김 감독은 후반 16분 마테우스 대신 고승범을 투입하며 미드필더를 재정비했다. 울산의 공격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타루가 후반 34분 쓰러졌다. 교체카드 5장을 이미 소진한 후였다. 아타루는 응급 처치 후 다시 나섰지만 제대로 뛰지 못했다. 사실상의 수적 열세였고, 골문도 열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전반 외국인 선수들을 아낀 부분에 대해 "그건 아무도 모른다. 플랜은 후반에는 원정팀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후반 맨파워가 강화되면 좋은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반 대형이 안 좋았지만 끌고나갈 상황은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감독의 판단을 뭐라고 할 수 있지만 거기에 포인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실점 상황에서 잘못된 부분이 문제지, 누가 먼저 나간 부분은 아니다. 실점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 감독이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후 첫 무득점 경기였다. 그는 "득점이 안 나온 부분은 상당히 안 좋았다. 전반 45분 동안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감독으로 속상하다. 후반 몇 차례 찬스가 있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린 후 "여러가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ACLE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기에 힘들다. 선수들에 뭐라고 하기에도 공정하지 않다. 그래도 상대는 득점했다. 우리가 못한 부분은 감독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떨궜다.
환경은 잔디 상황을 의미한다. 김 감독은 이어 "이건 자연현상이어서 감수해야 한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다. 모두가 힘들어하고 애를 쓴다. 내 말은 선수들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며 "계획을 잘못 짰다고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은 환경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은 K리그1과 ACLE를 병행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김 감독은 "큰 그림에서 계획을 세웠다. 질거라고는 1도 생각 안했다. 홈에서 좋은 결과를 갖고, 원정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꼬였다. 이 부분을 다시한번 정리하고 플랜을 짜야할 것 같다. 리그 2경기를 치르고 ACLE 원정에서 돌아와서 중요한 리그 경기가 있다. ACLE에 참가하는 모든 팀의 고민이다. 잘 대처해서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니키 도루 가와사키 감독은 "울산의 압박이 굉장히 강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그 덕분에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을 위해서 더 좋은 피치에서 경기하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ACLE라선 그런 게 아니라 선수들은 항상 최고의 상태에서 경기를 하고 싶어한다. 오늘 잔디 상태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해 아쉽다. 양팀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더 나은 상태에서 경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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