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실책, 또 불펜 방화, 또 자멸...'3실책 와르르' 롯데, 가을야구 실낱 희망 걷어찼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이쯤 되면 고질병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실책으로 무너지고, 팽팽한 승부에서 불펜진이 불을 지른다. 롯데 자이언츠가 또다시 아쉬운 경기력으로 자멸해 가을야구 희망이 옅어졌다.
롯데는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경기서 3-5로 역전패했다. 3연승을 마감한 7위 롯데(62승 4무 69패 승률 0.473)는 같은 날 삼성 라이온즈에 패한 5위 KT 위즈(68승 2무 68패 승률 0.500)를 추격할 기회를 놓치고 3.5경기 차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경기는 양 팀 선발투수들의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롯데 선발 김진욱은 2회 무사 1, 2루, 3회 무사 1, 3루 등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넘기며 6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LG 선발 임찬규 역시 6⅓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롯데는 3회 말 공격에서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1사 후 박승욱의 볼넷과 정보근의 안타로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황성빈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전날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던 고승민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1-0 리드를 잡았다.
선취 타점의 주인공 고승민은 5회 초 실책으로 김진욱을 위기에 빠뜨렸다. 선두타자 박해민의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김진욱은 구본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홍창기에게 2루타를 맞아 1사 2, 3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오스틴 딘을 1루수 뜬공 처리한 김진욱은 김범석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문보경을 1루수 땅볼로 막고 실점 없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롯데는 7회까지 유지했던 1-0의 리드를 8회에 빼앗겼다.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가 1사 후 문보경에게 초구 127km/h 슬라이더를 통타당해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진욱의 승리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박동원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김상수는 오지환에게 안타를 맞아 주자를 내보냈다. 다음 타자 이영빈의 타석에서 롯데의 '실책' 시한폭탄이 한 번에 터졌다.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타이밍에 1루 주자 오지환이 도루를 시도하자 포수 정보근은 공을 잡아 바로 2루에 던졌다. 하지만 송구는 커버를 들어오던 유격수와 2루수 모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빗나가 중견수 앞으로 흘러갔다.
여기서 또 하나의 실책이 나왔다. 오지환의 3루 진루를 저지하려던 윤동희의 송구가 빗나가 LG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안전진루권으로 오지환이 편안하게 홈을 밟아 롯데는 1-2 역전을 허용했다. 포수와 중견수가 연이어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허무하게 역전 점수를 헌납했다.
추가 실점 없이 어수선했던 8회 초를 정리한 롯데는 8회 말 선두타자 손호영이 김진성의 초구 123km/h 포크볼을 공략해 비거리 130m 초대형 솔로 홈런으로 다시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9회 초 등판한 김원중이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시작했다. 김현수에게도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김원중은 결국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맞아 2-3 역전을 허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사 1, 3루에서 김원중은 오스틴에게 중견수 뜬공으로 희생플라이 타점을 내줬다.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점을 내준 김원중은 나균안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왔다. 1사 1루에서 등판한 나균안은 김민수에게 안타를 맞아 1, 3루에 몰렸고, 문보경의 2루수 땅볼 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되지 않아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2-5까지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에서 9회 말 마지막 공격에 들어선 롯데는 박승욱과 이정훈이 유영찬에게 연속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대타 정훈이 삼진, 고승민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 2사 1, 3루가 된 상황에서 손호영이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폭투로 낫아웃이 된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1점을 만회했다. 이어지는 1사 1, 2루에서 롯데는 마지막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투수 땅볼로 물러나 3-5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롯데는 2017년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2018년부터 7-10-7-8-8-7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최근 몇 시즌 동안은 시즌 후반 5강 막차 경쟁을 펼치다 뒷심 부족으로 미끄러지며 롯데 팬들에게 가을야구 희망 고문을 하기 일쑤였다.
올해 역시 종잡을 수 없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 끝에 시즌 막판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실책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고 뒷문이 활짝 열려 허탈하게 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 시즌 롯데는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20개의 실책(1위 KIA 타이거즈 137개)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9월에만 15경기서 무려 22개의 실책이 쏟아졌다. 15경기 중 실책이 없던 경기가 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수비에서 불안을 노출했다.
살아나는 듯했던 불펜 역시 시즌 막판이 되자 다시 흔들리고 있다. 8월 평균자책점 3.94로 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불펜은 9월 평균자책점 6.93(9위)으로 거짓말처럼 다시 무너져버렸다. 올 시즌 롯데의 팀 블론세이브는 25회로 삼성라이온즈와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롯데 불펜의 리드 수성률은 최하위(72.3%)로 리그 평균인 79.1%에 한참 못 미친다.
롯데는 남은 9경기서 8승 1패를 거둬야 겨우 5할 승률을 맞출 수 있다. 반면 5위 KT는 6경기서 3승3패, 6위 SSG 랜더스(65승 2무 68패 승률 0.486) 9경기서 6승 3패를 거두면 5할 승률이다. KT와 맞대결로 승차를 좁힐 기회는 1경기밖에 남지 않았으며, SSG에게는 상대 전적(6승 1무 9패)에서 밀리는 등 여러모로 5강 확률은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 희망의 불씨가 살아날 만하면 고질적인 실책과 불펜 방화로 자멸을 반복한 롯데는 올해도 가을야구가 희망 고문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사진=OSEN,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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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8일 LG전 3-5 역전패...실책 3개로 자멸
-9월 15경기서 22실책-불펜 ERA 6.93 '와르르'
-반복되는 자멸 야구에 희미해져가는 가을야구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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