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양호하다면서 왜 빅컷인가…의심병에 하락세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9. 1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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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중앙은행의 빅컷(50bp 금리인하) 결정에 하락세로 전환해 장을 마감했다. 투자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침체를 크게 의식해 공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 속에 예상보다 큰 금리인하 폭을 호재가 아닌 악재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한 번에 크게 내려야 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고 여긴 셈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03.08포인트(0.25%) 하락한 41,503.1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16.32포인트(0.29%) 내린 5618.26을 나타냈다. 나스닥은 54.76포인트(0.31%) 떨어져 지수는 17,573.03에 마감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장중에 금리인하가 발표되면서 375포인트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대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금리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연준이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위험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현 시점에선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걸 시사하는 어떤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닝스타 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 필립 스트렐은 "공격적인 금리인하 결정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지속 가능하다고 확신하게 됐고, 지금은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면서 경제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초점을 바꾸려는 노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주 오르고 주택건설주 최고치 경신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이날 은행 주식들이 급등했다. 고금리에 옥죄였던 금융산업이 다시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심리가 부풀었다. SPDR S&P Bank ETF(KBE)가 2,4%올랐고, SPDR S&P Regional Banking ETF(KRE)도 3.3% 상승해 8월 23일 이후 가장 좋은 하루를 보내며 3.3% 상승했다. 더불어 이자율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택건설주도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했다.
BMO캐피탈마켓의 수석 투자 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는 "금리인하는 성장주에 이로울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침체가 아닌 시기에 연준이 금리를 내린 것은 역사적으로 주식 전체에 유리했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이러한 회사의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성장 주식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가 잡았으니 미국도 서둘러야…50bp 빅컷 배경
(상파울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중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2024.2.2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상파울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미국이 4년 반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그 폭을 예상보다 두 배 높은 50bp로 결정했다. 세계 각국이 이미 금리인하를 시작한 상황에서 자신들만 고금리를 유지해 금융시장을 옥죌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긴축을 유지했던 명분인 물가인상률 저감 목표도 근사치로 들어왔다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정례회의인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50bp 내린 4.75~5.00%로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 2020년 3월 16일 기준금리를 100bp 내려 0~0.25%로 유지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2022년 3월 17일부터 긴축을 시작해 지난해 7월 이후 최근까지 1년 2개월 동안 최대 5.50%의 금리를 유지해왔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취한 긴급 금리인하를 제외하면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를 50bp나 인하한 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가장 가까운 시기였다.
왜 25bp가 아닌 50bp였나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7월 2.5%에서 8월에는 2.2%까지 떨어졌다"며 "인플레이션은 이제 우리의 목표에 훨씬 가까워졌고, 그것이 2%까지 지속 가능하게 움직일 거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른바 빅컷으로 긴축 정책을 빠르게 완화하는 것이 그동안 고금리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경제와 시민들에게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빅컷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반대가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은 "많은 논의가 오갔고, 위원회는 빅컷을 대체로 지지했다"며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로 의견은 대부분 일치됐다"고 설명했다. 19명의 위원들이 대부분 금리인하를 지지했으며, 그 중에서 투표권이 있는 12명의 위원들이 11대 1로 이번 금리인하 폭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50bp 인하를 반대한 미셸 보우먼 이사는 25bp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은 "연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인플레이션이 2% 미만으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왔다"며 "그것이 오늘 강력한 움직임을 취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회의 때마다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며 50bp 인하가 새로운 기준속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연준 앞으로 얼마나 더 내릴까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점도표를 통해 올 연말까지 50bp를 더 인하할 계획도 밝혔다. 올해만 최대 100bp(1%p)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에 다시 100bp를 내리고, 2026년에도 50bp를 추가로 내리겠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2년여간 오늘 결정을 포함해 총 250bp(2.5%p)의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를 2026년 말까지 2.75~3.0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의미다.
FOMC 위원회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일자리 증가가 둔화되고 실업률이 최근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위원들은 올해 예상 실업률을 4% 예측(6월 기준)에서 4.4%로 상향 조정했고, 올해 말 인플레이션 전망은 이전 2.6%에서 2.3%로, 근원 물가상승률은 2.8%에서 2.6%로 낮췄다"고 전했다. 위원회가 예측한 장기 중립 금리는 2.9% 수준으로 기존보다 다소 높아졌다.
경기침체 이미 온 것은 아냐…연착륙 시도의 의미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4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 개막식서 기조연설을 갖고 "중국과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09.0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의 경제는 양호한 상태이며 견고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오늘 50bp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것이 새로운 속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두배치의 금리인하 결정을 내렸지만 올해 남은 기간에도 한번에 50bp 인하를 다시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경계한 것이다.

최근 고용시장 둔화에 대해서는 "미국 노동시장은 현재 완전고용 상태에 꽤 근접해있다"며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신규 일자리 창출이 분명히 감소했으며, 이는 주시할 만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경제가 침체를 맞자 영국이나 유럽(EU),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이 금리를 인하해 긴축정책을 완화 사이클로 전환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경제가 침체했다는 시그널이 발생해 현 정부와 여당에 정치적인 구도가 상당히 불리해지는 것을 경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닝스타 웰스의 아메리카 최고투자책임자 필립 스트렐은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연준이 이제는 경제의 연착륙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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