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술에서 예술의 경지로…"대한민국을 선진국 만든 현장"

리옹(프랑스)=조규희 기자 2024. 9. 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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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리뷰]63개 직종에 72개국 1381명이 참가
2024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떠난 자리. /사진=조규희 기자


수상대에 올라서자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털어내듯 격한 함성을 내질렀다. 누군가는 수줍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빛낸 주인공은 모두 앳된 얼굴을 한, 만 17세를 갓 넘긴 청년들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2024 국제기능올림픽. 63개 직종에 72개국 1381명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49개 직종에 57명의 선수가 참전했다. 결과는 종합 2위다.

특히 49개 참가 직종 중에 43개 직종에서 선수들이 입상했다. 엄청난 저력이다. 기능올림픽은 만 17세~ 만 22세까지 나이 제한이 있고 일부 직종만 제한이 풀린다. 스포츠 경기와 달리 기능올림픽은 직종에 따라 최장 3박 4일간의 경합이 펼쳐진다.

참가 선수들은 기능올림픽 위원회로부터 동일한 과제를 전달받고 정해진 시간 내 완수한다. 실례로 목공 직종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나무를 손질하고 특정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일종의 예술 작품을 성공시켜야 한다.

경기가 끝나도 뼈대만 세운 국가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나라 선수는 지붕 없는 구조물을 만들어놨다. 3일동안 애를 써도 완성하기 어렵다는 의미이자 단순 경연이 아니란 소리다. 기술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2024 프랑스 국제 기능올림픽에 전시된 목공 직종 작품. /사진=조규희 기자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은 사람들로 붐빈다. 객석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넓은 경기장에 선수와 관람객의 구분은 허리 높이의 울타리 뿐이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귀마개 등을 껴야 하는 건 오히려 선수들이다.

관람객은 유심히 선수의 동작을 살펴본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동영상을 촬영한다. 메모하는 사람도 있고 호기심있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학생들도 많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은 일종의 교육 현장이다.

조적, 목공, 조경등 전통 기술부터 CNC선반 등 기계를 다루는 기술, 제빵, 헤어, 피부미용 등 서비스 기술까지 산업 기반을 이루는 제조·서비스 기술이 올림픽 출전 직종이다. 당연히 시대 흐름에 맞춰 사이버 보안 등 IT 기술도 포함된다.

2024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 목공 직종에서 한국 선수의 최종 완성된 작품.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전세계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해당 직종에 출전하다 보니 관람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술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직업 교육의 장이면서 학생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장인 셈이다.

점차 기술을 도외시하는 우리와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실제 우리나라의 올해 지방기능경기대회 참가자는 4000여명 수준으로 10년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인문계와 직업계고 학교의 비율 또한 8 대 2 수준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거나 국제대회서 수상해도 정작 취업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2024 국제기능올림픽의 경기장 내 모습. 관람객이 출전 선수의 작업대 앞에 모여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상황이 이러다보니 기술인에 대한 수적, 질적 저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직종 분야가 대표적이다. 어느덧 독일, 일본과 견줄 수 있는 자동차 강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지만 이번 올림픽서 자동차 직종 선수는 기업 지원도 받지 못했다.

체계적인 훈련부터 자료 취득, 여러 국제대회 도전 등의 과정이 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내는 토양이 되는데 대학 소속이거나 소속이 없는 선수가 기업 지원 없이 이같은 과정을 걷기는 사실상 어렵다.

국제기능올림픽서 그동안 19회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우리나라가 2개 대회 연속 2위에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억대 우승상금과 특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취업 지원 등을 포함해 직종에 대한 관심과 지원, 선수와 지도자 양성 등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로 중국의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올림픽 출전 선수, 출전 직종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한다"며 "물론 올림픽서 우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에 대한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고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우리의 성장 동력을 잃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2024 국제기능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우리 선수단과 사진을 찍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국제기능올림픽 조직위원회

리옹(프랑스)=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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