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리고도 한가한 與…여야의정 돌파구 못찾는 韓
국회 수적 열세 與, 방어전 절실하지만 절박함 안 느껴져
韓, 스킨십·의료계 접촉 등 분투에도 박단 "韓과 소통한 적 없다"
尹-與, 지지율 동반 하락 속 10월 정기국회…野 입법 공세 강화
원외 대표 '한계' 명확한 한동훈 리더십 '시험대'
추석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정기국회 정국이 시작됐다. 정부와 여당에 민심의 '경고등'이 들어온 가운데,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이 이어질 전망이다.
단적인 모습이 추석 민심을 정리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무기력이다. 여당 차원에서 명절 민심에 대한 분석과 평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연휴 마지막날엔 대변인단의 짧은 논평과 짤막한 질의응답이 여당 지도부가 보인 모습의 전부였다.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참여를 촉구했는데, 이는 정부를 향해서였다. 불협화음이 반영돼 있다.
반면 야당은 지도부가 연휴 마지막날 직접 국회로 나와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들의 체감 민심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야당은 민심을 등에 업고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여야가 뒤바뀐 듯한 모양새다.
수적 열세인 여당은 방어전이 절실하지만, 대응하는 모습만 보면 여전히 한가해 보인다. 연휴 직전 여론조사에서 당정의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지만, 별다른 대책이나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연휴가 끝나면 야당의 특검법 등 공세와 10월 정기국회, 재보궐 선거 국면이 차례로 펼쳐진다. 원외인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원내 이슈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연휴 내내 의료계를 만나 설득 작업을 진행한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근 눈에 띄는 정부와 여당의 '동반 하락(커플링)' 기조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 대표의 리더십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野, 추석 민심 분석·평가하는데…손 놓고 있는 與
18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더불어민주당은 명절 민심을 빌어 정부·여당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오전 국회에서 별도의 '추석 민심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한민수 당 대변인과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논평 등을 통해 화력을 더했다.
김 수석최고위원은 "체감 민심과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추석 밥상의 최대화두는 의료대란과 분노"라며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추석 덕담과, 팍팍한 민생에 대한 분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탈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원성이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나온 추석 민심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없었다. 민심 관련 언급은 야당의 공세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짤막한 메시지가 전부였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민생에 매진하라는 명령이 추석 민심"이라며 "민심의 화두는 단연 민생이었다. 하나같이 국회가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먹고 사는 문제에 매진하라고 말씀하셨다. 추석 연휴 동안 국민 말씀을 아프게 들었다. 당정이 더욱 단합해 반드시 민생 협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與 '반박성' 메시지 불과…따로 돌아가는 '당정'
한지아 수석대변인 역시 오후 늦게서야 야당의 공세를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그는 "추석연휴 마지막날, 민주당 최고위원이 '심리적 정권교체'를 운운하며 또 다시 정쟁에 시동을 건다"며 "민생을 살리라는 '민심'과 동떨어진, 오로지 정치적 득실에만 초점을 맞춘 술수에 불과하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에서 판단한 추석 민심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처리하려는 법안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야당과 대비되는 정부·여당이 정기국회에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부재했다. 오직 민주당 주장에 대한 단순 반박만 존재했던 셈이다.
다만 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의 '추석 민심 기자간담회를 집권 여당이 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민석(최고위원)이 개인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 내용은 정부에 대한 비판, 대통령 가족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정당한 추석 민심에 대한 평가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당정이 합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신임 지도부가 상견례조차 못하고 있는 등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불화로 당정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거부권·정기국회 국면…'원외' 한동훈 한계 명확, 여야의정 성공시켜야
한동훈 대표는 연휴 내내 의료계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추석 당일에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일일 DJ로 나서 본인의 '플레이리스트(음악)'를 소개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국민들과 스킨십을 늘리기도 했다.
결국 한 대표가 '개인기'로 안간힘을 쏟는 것과는 별개로 당 조직이 나서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휴 직전 실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7월 4주에서 9월 2주 사이 총 다섯 차례 실시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이 기간 28→27→23→23→20%로 8% 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도 35→32→30→31→28%로 7%p 추락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연휴 직후인 19일 야당은 본회의를 열어 지역화폐법,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여당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일정 방해) 등으로 대응할 예정이지만, 수적 열세가 명확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을 거칠 예정이다.
원내 표결에서 한 대표의 역할이 빛을 보이기는 어렵다. 해당 국면이 지나가면 10월 국정감사와 정기국회가 예고돼 있다. 마찬가지로 원외인 한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을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 대표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협의체 출범으로 폭락한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대표가 자신과 소통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발언과 관련해 '날조'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소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전화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10월 재·보궐 선거도 한 대표에겐 '시험대'다.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또는 인천 강화군수 중 하나라도 뺏긴다면 한 대표 리더십에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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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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