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비 넘겼다는 정부…'응급실 대란' 앞으로가 위기
추석 연휴 응급실 환자, 전년 대비 20%↓…응급실 뺑뺑이 곳곳서 벌어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추석 연휴기간에 문을 연 의료기관이 늘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지난해보다 20% 감소하면서 우려했던 큰 혼잡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자기부담금 인상으로 인해 응급실 내원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이며,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배후진료 인력 확보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2만 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 9911명, 올해 설 3만 6996명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응급실에 온 중증 환자 수도 하루 평균 1255명으로 지난해 추석 1455명, 올해 설 1414명보다 감소했다. 경증 환자 수 또한 올해 추석은 하루 평균 1만 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 2만 6003명, 올해 설 2만 3647명에 비해 30%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에 문을 연 의료기관 수가 증가하면서 경증환자가 분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휴 기간에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하루 평균 9781개소로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 5020개소, 올해 설연휴 기간 3666개소와 비교하면 2배 많은 수치다. 전체 응급실 411개소 중 3개소를 제외한 408개소는 추석 연휴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다만 추석 연휴 기간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벌어졌다. 지난 14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25주 임신부가 양수 유출로 병원을 내원해야 했다. 구급대는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 인천, 제주 등 75개 병원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수용을 거부했고, 6시간이 지난 후에야 청주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산모와 태아는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에는 광주 광산구에서 50대 남성이 문틈에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119 구급대는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 연락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어 전북 전주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라며 "필수, 지역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연휴가 지나더라도 응급의료 대응 역량이 당장 회복되기는 힘들다"며 "의료계가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 내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얼마든지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여야의정 협의체에 조속히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실 내원 환자 수 감소의 배경으로 응급실 이용료 상승을 꼽았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경증응급환자 및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의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률이 최대 9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현재 평균 13만 원인 본인부담금은 22만 원으로 9만 원 더 올랐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한다면 6만 원 정도 부담하던 것이 10만 원 정도로, 약 4만 원 정도 비용이 상승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경제적인 문제로 (연휴 기간에는) 병원에 가지 않다가 연휴가 끝나고 증상이 악화돼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게 될 것"이라며 "충수염의 경우 수술 시기를 놓치면 패혈증 등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응급실 대란이 있었는지 여부는 며칠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공백으로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진료과 의사들의 진료량이 늘어나면서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워졌다"며 "응급실 또한 처우가 좋지 않은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현재는) 교육 수련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응급의료체계가 한계(상황)까지 일을 하고 있고, 더 이상 환자를 볼 수 없을 때까지 일을 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현재는 비상진료체계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국민들과 의료진이 원하는 것은 정상의료체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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