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지배종'의 BF 윤자유는 상상 아닌 실제 가능 인물 [이환석의 알쓸유이]

2024. 9. 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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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
'지배종'에 담긴 미래 유전기술
이미 문 열린 역분화 줄기세포
경각심 유지하되 적극 투자해야

명절이든 기일이든 혹은 문득문득 먼저 세상을 떠나간 가족을 하염없이 그리워하다 보면 본질적인 의문이 한 가지 떠오르게 된다.

사람은 꼭 죽어야만 하는 걸까.

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라 이런 질문은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특히나 요즘처럼 재생의학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질문을 던져볼 만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 '지배종'이라는 작품이 있다. 인공 배양육으로 세계적 기업이 된 한국 생명공학기업 BF에 관한 SF 드라마인데 다양한 첨단 과학과 정치, 경제, 테러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내용이다. 드라마 속 기업의 이름인 'BF'는 'Blood Free'의 약자로 동물이 피를 흘리지 않더라도 식용 고기를 만들 수 있는 소위 배양육 기술을 상징하고 있다.

배양육은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즉, 배양액 속에서 키워서 만든 살코기를 뜻하며 줄기세포로는 주로 근육위성세포(혹은 근육생성줄기세포)를 이용하고 배양액은 소태아혈청이 안 들어가는 무혈청 배양액을 사용하게 된다.

근육위성세포는 근섬유와 기저막 사이에 존재하며 근육 재생에 필수적인 세포이면서 분리와 배양도 비교적 쉬워 실제로 현재 배양육 생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5월부터 닭고기 배양육으로 제조된 제품을 식당에서뿐만 아니라 일부 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줄기세포라는 건 아직 분화가 완성되지 않아서 그 다음 단계의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하는데 그 유래와 분화 역량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먼저 배아 줄기세포다. 신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우리 인간에게는 200가지가 넘는 종류의 세포들이 있는데, 배아 줄기세포는 그 어떤 종류로도 분화할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에게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 자칫 암세포가 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는 자기 본래의 조직이나 일부 관련 조직의 세포로만 분화가 가능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처가 아물거나 혹은 세포가 정상적으로 수명을 다했을 때도 새로운 세포로 계속 교체되는 과정을 이 세포들이 담당한다. 잘려진 꼬리가 다시 자라나는 도마뱀이나 뇌와 심장도 재생시키는 소위 '우파루파 도롱뇽' 아홀로틀의 경우처럼 현저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성체 줄기세포 도움으로 매일매일 제한적으로나마 재생 능력을 활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있다. 피부나 장 세포처럼 이미 완전히 분화가 진행된 일반 세포를 인위적으로 역분화시켜 배아 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만든 세포를 말한다. 이 획기적인 기술을 발명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상을 받았으며 오늘날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장 큰 분야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지배종'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고기 배양육은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인공장기는 역분화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도 만능 줄기세포는 내 몸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나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세포들을 얻을 수 있다. 조직이나 장기 역시 내 몸에 이식할 때 거부 반응이 없다는 장점이 있고 때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부 반응 없이 활용될 수도 있다.

신기술은 특정 산업군에는 치명적 피해를 줄 수도 있으며 윤리 측면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초래할 수 있다. 다양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기술과 인공장기 배양 기술로 인해 인류도 '불사조'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한국도 이 분야 투자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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