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금투세로 스타트업 생태계 무너지면 누구의 책임인가

반준환 증권부장 2024. 9. 1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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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사진=임성균

주식시장의 온 신경이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로 쏠려 있다. 상장사들의 하반기 실적이나 글로벌 경제,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금리정책처럼 체크해야 할 이슈들은 많지만 순위가 밀린다. 금투세의 무게감이 큰 것은 단순한 세금문제가 아니라 자산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금투세가 일부 큰 손과 대주주에 국한된 이슈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식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금투세 블록체인에 묶여 있다.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가정주부건 학생이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다. 경제는 이미 블록체인처럼 영향을 주고 받는 구조로 전환했고 나비의 날개는 더 커졌는데 정작 이에 대한 분석이 너무 미진하다.

금투세 논란에서 아직 거론되지 않은 문제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다. 스타트업들은 최근 돈맥경화로 고사하기 직전이고,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좀비상태가 된 지 2년 이상 지났다.

보통 스타트업 기업은 투자유치와 매출확대로 몸집을 키우고 수익성을 단련한 후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주들과 성과를 나눈다. 그런데 상장에 성공할 확률이 1% 미만이고 여기까지 평균 17.5년이 걸린다. 기술성 특례 덕에 기간이 단축된 바이오기업도 평균이 13.5년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99%를 잃고 1%를 성공하니 100배를 벌어야 본전인데 그것도 18년을 기다려야 한다. 복리수익률로는 연간 28.16%다.

한 종목을 잘 맞춰 100배를 벌어도 27.5%의 금투세가 부과되면 수익률이 72.5%로 뚝 떨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선 본전이 될 수 있는 케이스가 적자로 바뀌게 된다. 코스피 지수가 2000에서 3000으로 올라도 금투세를 반영하면 2725가 체감지수다. 금투세가 깎아먹는 기대 수익률은 결국 투자 메리트를 줄이고 자금경색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0년 VC(벤처캐피탈) 투자가 2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01년 8893억원, 2002년 5652억원으로 급감했다. 2000년 코스닥 지수급락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2020년대에는 추세에 시차가 다소 생겼지만 기반은 역시 주식시장이다.

코스닥 지수상승은 향후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VC업계도 시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올해처럼 코스닥이 약세를 보이면 창업, 엔젤투자부터 얼어붙기 시작하고 VC가 조성하는 펀드도 자금유치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벤처투자는 절세가 가능하지만 개인이 직접투자해 주식을 보유한 경우는 금투세 예외가 어려워 보인다.

비상장주식에 몰려있는 중산층 투자시장 붕괴도 문제다. 벤처가 자금유치를 할 때는 보통 VC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들을 먼저 찾지만 실제 기관이 투자한 자금은 개인투자자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내놓으라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VC(벤처캐피탈) 펀드의 경우 2~3배 수익을 내는게 보통인데 자금회수까지 5년이 걸리니 연평균 수익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금투세가 반영되면 수익률이 10% 후반으로 떨어져 고만고만한 상품이 된다. 안정적인 미국주식이나 인도 ETF(상장지수펀드)와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보다 자금대여에 집중할 것이고, 연구개발에 전념해야 할 벤처기업들은 자금걱정을 놓지 못할 것이다.

주식의 경쟁재이자 보완재로 거론되는 부동산 시장으로 금투세 대안 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한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투세를 반대하며 한국 주식시장의 담세체력을 생각해야 한다고 쓴 글이 시장에 큰 울림을 준 것은 팩트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금투세가 당장 시행돼도 주식시장은 크게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큰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인데 앞으로가 문제다. 100억원을 굴리던 투자자는 이제 70억원만 주식을 하고 30억원은 다른 곳에 돌릴 것이다. 지난해 한국증시의 개인투자자 보유주식총액은 900조원으로 추산된다. 10%만 빠져도 90조원이다. 이 자금은 어디를 향할까.

반준환 증권부장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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