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30분 삐삐 메시지 수신 후 '펑'…중동 다시 전운

정혜인 기자 2024. 9. 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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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장정파 헤즈볼라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집단 폭발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17일(각 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CNN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 보건부는 이날 오후 레바논 곳곳에서 무선호출기 동시 폭발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국 등 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해당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는 것으로 제품을 받기 전 폭발물이 설치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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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장정파 헤즈볼라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집단 폭발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위해 중동 출장에 나서려던 때에 일이 벌어지며 휴전의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시돈=AP/뉴시스] 17일(현지시각) 레바논 시돈에서 민방위대원들이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폭발로 다친 부상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사람들이 휴대하고 있던 호출기가 거의 같은 시각에 폭발해 8세 소녀 포함, 최소 9명이 숨지고 약 280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를 이스라엘의 신종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09.18.

17일(각 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CNN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 보건부는 이날 오후 레바논 곳곳에서 무선호출기 동시 폭발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약 1500명은 헤즈볼라 대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들은 미국 등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미국 등에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해당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는 것으로 제품을 받기 전 폭발물이 설치된 상태였다. 이스라엘이 운송 과정에서 제품을 가로채 폭발 장치를 넣었다는 것이다. AFP는 해당 호출기를 골드아폴로의 헝가리 파트너사가 제작했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 /사진=X

복수의 관리들은 NYT에 "각 무선호출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약 28~ 56g)의 폭발물이 있었고, 원격으로 이를 폭발시킬 수 있는 스위치도 내장됐다"고 전했다. 다른 미국 당국자들은 "이 장치에 폭발 전 몇 초간 신호음이 울리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었다"며 "이날 오후 3시30분경 헤즈볼라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호출기에 수신됐고, 폭발물이 작동됐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메시지를 확인하려다 폭발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올해 초 대만 골드아폴로에 3000대 이상의 무선호출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호출기 사용은 외부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제품에는 GPS 기능이 없다. 헤즈볼라는 일부 무선 호출기를 이란과 시리아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와 외신은 이번 공격이 매우 정교하게 이뤄졌다며 헤즈볼라가 상당한 충격에 빠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우리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이 범죄적 침략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 의지를 표했다. 가지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도 "우리는 레바논인과 헤즈볼라 형제와의 완전한 연대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중재국인 이집트에 도착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 논의 등을 위해 전쟁 이후 10번째 중동 일정을 시작했다. 다만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 등으로 유의미한 소식이 전해질 거란 기대는 작다. 특히 이번 일정에는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빠졌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아직 이스라엘에 제시할 휴전안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호출기 폭발이 중동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 대변인은 "중동 분쟁 확대 위험을 키운 사건은 지난해 10월7일(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여러 차례 있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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