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리스크 4년째, 쩔쩔매는 증시

조응형 기자 2024. 9. 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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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시행 여부 놓고 정치권 공방
‘도입-유예-폐지’ 투자자 혼란 부추겨… “시행땐 고액 투자자 이탈” 우려
“과세 대상 1% 불과, 영향 적어” 반론… 불확실성 장기화로 증시 성장 막아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를 통해 실현된 모든 소득에 종합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장기화되며 자본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시행(내년 1월 1일)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도 방향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코스피가 부진한 가운데 금투세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며 국내 증시 성장을 막는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정치권 줄다리기 4년에도 결론 안 나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소득 중 5000만 원을 초과(해외 주식은 250만 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2%에서 27.5%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다. 금투세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소득세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가 올해 7월 금투세 폐지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초 ‘금투세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 금투세 유예를 요구하는 입장이 나타나면서 이달 24일 토론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2년 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당시 금투세 도입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여당이 2년 유예를 추진하고 야당이 이에 동의하면서 2025년 1월 1일로 시행 시점이 미뤄졌다.

장기화된 금투세 논란의 최대 쟁점은 금투세가 과연 우리 증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이냐 여부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과세 대상자가 1% 안팎으로 일부에 불과해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금투세 시행 시 국내 증시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본보가 국내 증권사 소속 프라이빗뱅커(PB) 및 세무사 1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4.9%가 “금투세 도입 시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금투세 도입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얼마나 줄일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20∼30%’라고 응답한 인원이 21.3%로 가장 많았다.

● 국내 증시 짓누르는 금투세 리스크

금투세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찬반을 떠나 이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한국 증시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금투세를 둘러싸고 도입, 유예, 폐지 등으로 메시지가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투세 시행을 대비하고 있는 증권사, 은행 등에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금투세는 금융사가 정부를 대신해 투자자 세금을 원천 징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에 앞서 관련 전산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이 예고됐던 2년 전에도 시스템을 구축하다가 유예되며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며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많게는 수십억 원이 드는데, 이번에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시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2년 전처럼 다시 한번 유예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바라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 시행을 다시 유예할 거라면 차라리 폐지하고 원점에서 논의하는 게 낫다”며 “금투세 논의가 바람직한 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백지화하고 다시 합리적인 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이라며 “금투세 시행이 다시 한번 유예될 경우 늘어난 기간만큼 우리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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