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60분마다 청소년에 “앱 끄세요”... 부모가 하루 사용시간 정하게
전 세계에서 20억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이 주요 플랫폼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청소년 보호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큰 해악을 끼치고 음란물 범죄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세계 각국이 강력한 규제와 처벌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17일 ‘10대 계정(Teen Accounts)’이라는 새로운 청소년 보호 기능을 공개했다. 우선 기존·신규 청소년 이용자들의 계정은 모두 ‘비공개’가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되게 된다. 비공개 계정은 불특정 다수에게 게시물이 보여지는 공개 계정과 달리, 계정 소유자가 ‘팔로’를 허락한 사람만 게시물을 보고 대화를 걸 수 있다.
부모의 관리 감독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부모의 계정과 연결할 경우, 자녀가 누구와 채팅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녀의 일일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청소년 보호 정책은 향후 60일 동안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우선 적용하게 되고, 한국은 내년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또 메타가 소유한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도 이 같은 정책이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에 “이 같은 변화가 청소년 이용자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유해 콘텐츠 감시 등 크고 작은 정책 변화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수익성을 고려한 ‘반쪽자리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법이 미국 유타주·텍사스주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청소년 이용자를 전부 잃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월간지 디 애틀랜틱은 “인스타그램의 이번 변화는 지난 수년간의 정책 변화 중 가장 크다”며 “대다수가 주장해 온 이런 변화는 오래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전했다.
◇10대 계정 비공개 전환
인스타그램이 ‘10대 계정’의 기본값을 ‘비공개’로 정한 것은 낯선 이의 접근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범죄자가 ‘다이렉트 메시지(DM)’라 불리는 채팅 기능으로 청소년에게 접근해 성 착취를 하거나, 불특정 다수가 청소년 계정에 공격적인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온라인 괴롭힘’, 공개된 사진이 딥페이크(AI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음란물에 사용되는 범죄 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청소년이 공개 계정을 아예 못 갖는 것은 아니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의 허락을 받을 경우 계정을 공개할 수 있고, 16~17세 청소년은 자의적으로 계정을 ‘공개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민감한 콘텐츠들이 ‘10대 계정’에 접근하는 것도 제한된다. 인스타그램 측은 “예컨대 사람들이 싸우거나, 미용 시술을 홍보하는 콘텐츠 등이 제한 대상”이라고 밝혔다. 사용 시간 제한도 강화된다. 인스타그램은 60분마다 청소년에게 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을 보내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알람을 음소거한다고 설명했다.
◇부모 관리 감독 대폭 강화
부모의 관리 감독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청소년 자녀의 계정을 부모의 계정과 연결할 경우, 부모는 지난 7일간 자녀가 누구와 채팅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자녀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일일 총 시간을 부모가 미리 정할 수 있다. 해당 제한에 도달할 경우 청소년은 더 이상 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부모는 또 자신의 앱에 추가된 자녀 계정 관리 페이지에서 간단한 버튼 하나를 클릭하는 방법으로 밤이나 특정 시간대에 자녀의 앱 접근을 금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부모와 자녀 모두 여기에 동의해야 ‘자녀 보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동적으로 이 기능이 작동한다.
인스타그램은 이 같은 변화가 향후 60일 동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우선 적용되고, 올해 말 유럽연합(EU) 국가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이 외 국가들에는 내년 1월부터 ‘10대 계정’ 정책이 도입될 예정이다. 동시에 메타가 소유한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도 10대 계정 정책이 확장 적용될 전망이다.
테크 업계에선 이번 변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청소년이 가짜 생년월일을 통해 가입하는 ‘우회로’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스타그램은 가입자의 연령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신규 가입자에게 비디오 셀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연령을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에 가입한 청소년이 성인의 생년월일을 기입했을 경우에도 AI가 이 계정들의 게시물을 검열하며 계정 소유자가 18세 미만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아담 모세리 CEO는 “AI가 잡아낸 계정이 자신이 성인인 점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계정을 즉시 비활성화할 것”이라며 “AI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엔 모든 미성년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세청장, ‘문다혜 탈세 의혹’에 “문제 있으면 들여다 봐야”
- 숙박업 미신고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2027년 말까지 조건부 유예
- 한국 노인 10명 중 8명 “70은 넘어야 노인”...경로당 이용 줄고, 스마트폰 이용 늘어
- 러 드론 격추하는 우크라 여성 방공부대... “조국 지키며 안도감 느껴”
- “중년 간부인데 군복 입었다고 밥값 대신 결제” 이어지는 미담
- 김한길 “23년 전 ‘문학번역원’ 만들며 내다본 노벨문학상 수상… 실제 결과 나왔다”
- '北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중단됐던 DMZ안보관광 하루만에 재개
- [기고]대만 해협의 평화를 지지해달라
- “결혼 약속하고 영상 통화도 했는데”... 630억 가로챈 미녀, 정체는
- LG 임찬규와 삼성 황동재, ‘어린이팬’ 출신 두 선발 맞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