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더위의 끝… 내일 전국에 비

김윤주 기자 2024. 9. 1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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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폭염 한풀 꺾일 듯
'폭염 추석' 잘 쇠셨나요… 서울 역대 가장 늦은 경보 발령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관람객들이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3.6도까지 올랐다. 이번 추석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9월 낮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운 곳도 속출했다. /장련성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18일 경남 양산(37.2도), 김해(36.9도), 전북 정읍(36.5도), 전주(35.5도), 전남 영광(35.3도) 등 남부 지방 곳곳에선 기상관측 이래 9월 중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서울(33.6도)에는 2008년 폭염 특보제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시기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제주에서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6.9도로 나타나 올해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가 총 72일로 늘었다. 올 들어 역대 가장 많은 열대야가 나타난 제주는 19일로 넘어가는 밤도 열대야면, 올해의 5분의 1 동안 열대야를 겪은 것이 된다.

연휴가 끝난 첫 평일인 19일에도 낮 최고 36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가을 폭염’은 20일 전국에 비가 내리며 한풀 꺾일 전망이다.

그래픽=김하경

추석 연휴 내내 전국 각지에선 9월 낮 최고기온과 가장 늦은 열대야 기록을 매일 갈아 치웠다. 추석 당일(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광주광역시 35.7도, 전남 광양 35.4도, 순천 33.6도까지 올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9월 기온으로 기록됐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3.6도에 달했다. 이날 오후 서울 전역에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서울에 ‘9월 폭염 경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10일 사상 첫 발령 이후 이날이 두 번째다.

18일까지 올해 전국 평균 9월 폭염 일수는 4.8일로 기록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 기록은 2010년 1.3일이다. 9월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염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9월 폭염은 충청권과 남부 등에서 일부 지역에 나타나는 데 그쳤다.

“덥다, 더워” 밤까지 물놀이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야외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6도에 달했다. 이날 오후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됐는데 이는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경보 발효다. /뉴스1

연휴 내내 이어진 더위로 피해도 속출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 20분쯤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 도중 10대 1명이 어지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관중 43명이 온열 질환으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날 동래구 낮 기온은 34도에 달했다.

폭염 피해가 커지자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부산), 삼성 라이온즈·kt 위즈(수원),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창원)의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2시에서 5시로 늦췄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온열 환자 발생에 대비해 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3루석 관중에겐 모자를 무료 배포했다”며 “구장 게이트마다 쿨링 포그(인공 물안개)를 운영해 온도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도 한여름 같은 무더위가 이어졌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린 가운데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37.2도를 기록하는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9월 중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다시 썼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5도에 달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국민속촌에서 열린 삼도판굿 공연은 공연장 한편이 텅 비어 한산했다(위 사진).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10월 3일 기흥구의 최고기온은 23.2도로 낮아 같은 장소의 민속촌 공연이 긴소매 옷을 입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아래 사진). /연합뉴스

성묘객과 농촌 피해도 있었다. 추석 당일인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용곡동에선 60대 성묘객이 벌에게 쏘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소방 당국은 “최근 무더위로 벌의 활동이 왕성해졌다”며 “벌집을 발견했을 때는 섣불리 제거하거나 자극하지 말고 신속히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전남에선 벼 수확기를 앞두고 벼멸구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벼멸구는 볏대에 붙어 즙액을 빨아먹는데, 올해 고온 건조한 날씨로 평년보다 1.7배 많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는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전담 지도사 70여 명을 긴급 투입해 방제 작업을 시작했다.

전남 여수에선 긴 명절 연휴와 무더운 날씨로 물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돌산, 율촌 등 15개 마을에서 36시간 동안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졌다. 보름달이 뜬 추석 당일 밤에는 27~28도의 한여름 같은 열대야가 나타났다. 밤 최저기온이 서울 26.5도, 강원 원주 25.4도, 충북 청주 27.7도, 대전 26.8, 부산·전남 여수 27.5도, 제주 26.9도에 달했다. 강원 춘천에선 최저기온이 25.1도로 나타나 1966년 기상관측 이래 첫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 인천, 대전 등에선 ‘가장 늦은 열대야’ 기록을 연휴 내내 경신했다.

폭염은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인 19일에도 이어지겠다. 19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27~36도로 예보됐다. 충청권과 남부 지방에선 35도 이상 기온이 오르는 지역도 있겠다. 기상청은 “폭염 특보는 2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점차 완화되거나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 중기 예보에 따르면 21~28일 아침 기온은 14~25도, 낮 기온은 21~29도로 예보돼 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21일부터는 최저 기온이 2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곳도 있어 아침과 밤에는 쌀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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