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순직한 남편과 즉석 사진… 소방청의 깜짝 추석 선물
고(故) 이영욱 소방경의 아내 이연숙(62)씨는 지난 6일 원주소방서 인근 즉석 사진 부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소방청 캐릭터와 사진을 찍는 무료 이벤트란 말에,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던 이씨는 남편을 떠올리며 촬영에 응했다. 몇 분 후 사진을 받아 든 이씨는 깜짝 놀랐다. 사진 속 이씨 옆에는 7년 전 강릉시 석란정 화재 때 순직한 남편 이영욱씨가 손으로 ‘볼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사진 부스는 소방청이 깜짝 이벤트를 위해 임시 설치한 곳이었다. 이씨는 “우리 남편이 어떻게 여기 있죠?” 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이씨는 “남편을 보내고 나서 사진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 없애버렸는데… 후회가 됐다”며 사진을 연신 어루만졌다.
추석을 맞아 소방청이 순직 소방관 유족들에게 ‘가족 사진’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유튜브 채널 ‘원더맨’과 협업했다. 유족들은 소방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는 줄 알고 참여했지만, 사실은 순직한 가족의 생전 모습을 합성해 유족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는 이벤트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명절 때면 특히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준비했다”고 했다.
이영욱 소방경(당시 59세)은 2017년 9월 17일 강릉 강문동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순직했다. 금방 진화된 불이 6시간 후 되살아나면서 잔불을 정리하던 중 건물이 붕괴돼 매몰됐다. 당시 이영욱 소방경은 퇴직을 불과 1년여 앞둔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아내 이연숙씨는 본지 통화에서 “해마다 추석이면 남편이 더 그리워지는데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추석과 남편 기일이 겹쳤다”며 “선물받은 사진을 아들 내외, 어린 손녀와 함께 보며 남편을 추억했다”고 했다. 그는 “가끔이라도 ‘이런 소방관이 있었지’ 하고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번 이벤트에는 석란정 화재로 순직한 이호현 소방교(당시 27세) 동료들도 참여했다. 이호현 소방교는 임용된 지 8개월이 지난 신입 소방관이었다. 동료 박민수(36)·손영호(33)씨는 “호현이가 제일 잘 나왔다”며 “사진을 볼 때마다 힘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순직한 고(故) 신영룡 소방장(당시 42세) 부친 신두섭(80)씨도 참여했다. 신영룡 소방장은 2014년 7월 17일 소방 헬기로 세월호 참사 실종자 수색 지원을 하다가 복귀하던 중 헬기가 광주광역시 장덕동에서 갑자기 추락하면서 순직했다. 신씨는 사진 속에서 자신과 똑 닮은 얼굴로 거수경례를 하는 아들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신씨는 본지에 “아들이 외국에 가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없어졌다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명절 때는 아들 생각이 많이 난다”며 “순직한 아들을 이렇게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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