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으로 가득하고 외관 무너져 내린 심해 속 타이태닉
수면서 3.8㎞ 깊이에 놓여 있어
육상에서보다 훨씬 느리게 부식
영화에서 주인공 로즈 부카터(케이트 윈즐릿)가 양팔을 날개처럼 펼치고 잭 도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사랑을 속삭이며 기댔던 난간은 이제 없다. 1912년 4월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배 타이태닉호(號)의 이야기다.
미국 민간 기업 ‘RMS 타이태닉’은 지난 7~8월 촬영한 타이태닉호 탐사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이 기업은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인양할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번 탐사는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사람 대신 무인 로봇이 심해에 있는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촬영했다.
이날 공개 된 사진 속 타이태닉은 녹으로 가득하고 외관이 무너져내려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과 함께한 로즈가 두 팔을 벌리는 장면으로 유명해졌던 뱃머리의 난간도 떨어져나갔다. RMS 측은 해당 난간이 2년 전까지만 해도 남아 있었지만 부식으로 인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타이태닉의 상태가 심해의 환경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자료라고 본다. 대서양 수면에서부터 3.8㎞ 깊이에 놓여 있는 타이태닉은 육상에서보다 훨씬 느린 심해의 부식과 붕괴 속도를 보여준다. 배는 심해의 수압과 해류, 박테리아 등으로 인해 천천히 부식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변 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과학적인 발견이 되고 있다.
철과 산소가 만나 부식이 진행되는 육지와 달리 심해에서는 박테리아가 부식의 주원인이 된다. RMS에 따르면 타이태닉의 잔해는 박테리아와 곰팡이, 미생물 등이 뒤덮고 있다. 이 중에는 철을 산화시키는 물질을 생성하는 박테리아가 새롭게 발견되기도 했다.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된 타이태닉은 난파 장소 인근의 생태계를 바꿨다. 탐사에 참여한 이스턴 플로리다 대학교의 미생물학자 앤서니 엘 쿠리는 BBC에 “타이태닉은 해저에서는 거대한 철의 오아시스”라며 “이 오아시스는 불가사리와 말미잘, 산호, 해삼이 서식하는 해양 산호초 등에 영양을 제공하고, 철을 먹는 박테리아 군락도 형성한다”고 했다. RMS 측은 앞으로도 타이태닉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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