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동네 국밥집도 ‘배달용’은 돈 더 받네

신지인 기자 2024. 9. 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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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수수료 늘자 ‘이중가격제’ 확산
지난 11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배달 어플 배달의민족 제휴 안내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경기도 부천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모(39)씨는 최근 판매가격을 조정했다. 매장을 방문한 손님에겐 국밥을 기존과 같은 1만원에 팔고, 배달 주문을 받은 국밥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올린 것이다. 한씨는 “배달 주문을 받으면 배달비와 중개 수수료로만 4000원이 나가고, 결제수수료 등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가게 매출에서 배달 비율이 절반이나 되는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이 커서 불가피하게 배달용 음식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 앱에 표시되는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맥도날드·KFC·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먼저 도입한 이중가격제가 개인 식당과 중소 프랜차이즈로까지 퍼지는 것이다. 업주들은 “배달 수수료가 더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은 지난달부터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도 앞다퉈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달 말 배달 앱에서의 판매 가격을 품목당 500~2000원 인상했다. 이 업체는 “배달 앱 수수료가 오르면서 가맹점의 수익 구조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랭크버거는 매장에서 버거세트를 8000원에 판매하는데, 배달 가격은 87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프랜차이즈가 배달 앱과의 마찰을 무릅쓰며 이중가격을 도입하는 것은 수수료 부담을 덜어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청이 빗발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중가격제가 확산하자 배민은 지난 7월부터 ‘매장과 같은 가격’이라는 표시를 노출하는 인증제를 도입했다. 배민은 “업주들이 마케팅 요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게 아이콘 옆에 ‘가격 뱃지’를 달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업주는 “뱃지를 받기 위해 매장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거대 플랫폼의 또 다른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의 가격 뱃지가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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