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도려내는 인텔… 애플·오픈AI 줄서는 TSMC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 구조 조정안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독일과 폴란드 등에서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 2분기 16억달러(약 2조 1300억원)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이고 있다.
한때 ‘반도체의 황제’라 불리던 인텔의 부진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의 진격과 대비된다. 인텔이 구조 조정안을 발표한 날, TSMC가 이달 말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차세대 장비를 조기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엔비디아뿐 아니라 오픈AI도 TSMC에 대량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생산시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 포기하나
인텔 구조 조정안의 핵심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사업의 분리다. 인텔은 올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부의 회계를 분리해 별도로 실적을 발표해 왔는데, 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해 독립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와 위탁 생산(파운드리)을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다.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와 경쟁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고객사로 유치해 주문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종합 반도체 기업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TSMC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생산만 전문적으로 한다. 결국 인텔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를 분사를 통해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파운드리 부문을 자회사로 두면 독
립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가 독립성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이 부문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 7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올해 상반기에만 53억달러 누적 적자를 냈다. 세계 각국에 짓기로 했던 파운드리 공장 계획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먼저 320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진행 중이던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 신설과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진행 중이던 공장 신설을 최소 2년간 중단키로 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 대한 계획도 잠정 중단한다. 사무실도 연내에 3분의 2로 줄일 예정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정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 투자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파운드리 사업은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텔이 분사를 하더라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훨훨 나는 TSMC
인텔과 달리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대만 경제일보는 TSMC의 가장 최첨단 공정인 3나노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의 TSMC 3나노 공정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TSMC의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최대 34%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6년 하반기 양산 예정인 1.6나노 공정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애플이 일찌감치 예약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건설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최첨단 3공장을 지어 2029년 말까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3공장은 2나노 이하의 최첨단 공정을 채택할 전망이다. 이 밖에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3공장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에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 첫 공장을 착공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61.7%에서 2분기 62.3%로 0.6%포인트 또 올랐다. 그 뒤를 삼성전자(11.5%), 중국 SMIC(5.7%)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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