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지자체까지 뛰어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함께 시작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까지 가세했다.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6~17일 울산시와 울산시의회가 “120만 울산 시민이 고려아연 주식 1주씩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50년간 울산과 함께한 기업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울산에 약 50년간 사업 거점 중 하나인 온산제련소를 운영해 왔다. 또 고려아연은 국내 핵심 기간산업의 주축 중 하나다. 전자·전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 아연·연·동·은 등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기초 원자재를 공급한다.
이런 점 때문에 연휴 동안 고려아연의 ‘백기사(우호 세력)’가 곳곳에 등장했다. 지난 15일 소액주주 단체가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외국에 핵심 기업이 넘어가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 것이다.
◇”향토 기업이자 기간산업 해외로 넘어갈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 및 장형진 영풍 고문 측(약 33.13%)이 MBK에 ‘자기 지분 절반+1주’를 넘기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MBK가 오는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현 경영진과의 지분 대결이 시작됐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고, 영풍그룹 안에서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주력 사업이 부진한 영풍은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고려아연은 반대로 장기 투자에 나서며 장씨 집안과 거리를 두려 하자 갈등이 생긴 것이다.
MBK가 이 분쟁에 가세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김두겸 울산 시장은 16일 성명 발표에 이어 18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 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란 걸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해 고려아연이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호주에서도 정·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 기업협회는 “단기 수익을 좇는 사모펀드로 인해 사업 축소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밥 카터 호주 연방의원도 현지 매체를 통해 “제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 사모펀드가 호주 내의 중요한 자산인 제련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단체 “동학 개미가 고려아연 지킬 것”
고려아연의 7%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박희승 의원도 17일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 사안을 10월 국정감사에서 집중 추궁하겠다고 했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소액주주 단체에서도 입장을 내놨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홈페이지에 “고려아연은 한국 상장사 2400개 중 지배 구조와 주주 환원율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며 “(이번 일을) 동학 개미가 회사(현 경영진)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MBK는 18일 두 차례 입장문을 통해 해외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며 “최대 주주인 영풍은 최윤범 현 회장이 무분별한 투자로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를 급격히 훼손하는 등 각종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MBK에 경영권을 일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18일 영풍 측을 상대로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적 대응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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