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놀랍고 무서운 이스라엘
1967년 3차 중동전 때 이스라엘은 엿새 만에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점령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사전에 이집트 레이더 기지 근무자의 신상 정보와 교대·식사 시간까지 파악, 특정 시간대에 레이더를 안 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리아 고위층에 스파이를 심어 기밀인 골란고원의 진지 위치를 빼내고 병사들 휴식처라며 벙커 부근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도록 했다. 이곳들에 대한 정밀 타격에 미그기 450대와 전차 1600대가 순식간에 파괴됐다.
▶1976년 이스라엘행 항공기가 납치된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착륙했다. 대통령 전용차로 위장해 경비병들을 해치우고 1분 45초 만에 납치범 7명을 사살한 뒤 53분 만에 인질 100명을 구해냈다. 본국에서 4000km 떨어진 곳에서 벌인 신출귀몰한 구출 작전이었다.
▶그 2년 뒤 납치 사건 배후가 그 바그다드에서 돌연 사망했다. 공식 사인은 백혈병이었지만 실제는 독살이었다. 초콜릿을 좋아한 그에게 모사드는 미량의 독약이 든 벨기에 초콜릿을 싸게 대줬다. 이스라엘은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리스트들을 20년간 추적해 유럽과 중동에서 폭탄·저격·독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암살했다. 1980년 이라크 핵 기술자, 97년 하마스 간부, 2000년 헤즈볼라 간부 암살 사건도 모두 모사드의 공작이었다.
▶근래엔 무선 기기와 인공지능(AI)이 작전의 핵심이 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창립자인 아메드 야신을 휴대폰으로 장기간 추적한 뒤 2004년 드론을 보내 암살했다. 그의 후계자도 한 달 뒤 같은 방식으로 제거했다. 2020년엔 이란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의 휴대폰을 감청하고 추적한 뒤 그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 저격하는 AI 로봇 기관총으로 살해했다. 지난 7월 말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는 이란 방문 중 귀빈 숙소에서 암살됐다. AI가 탑재된 첨단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휴대한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사상자가 수천 명 발생했다. 휴대폰 추적을 피하려 사용한 무선호출기에 이스라엘이 미리 폭탄을 심어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삐삐 공격’의 원조는 옛 소련이다. KGB는 1980년대 무선 호출기로 상대 위치를 추적하고 폭발 장치를 원격 조작해 암살을 시도했다. 1983년 이스라엘 하이파 상업 지구 폭발 사건도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이 무선 호출기를 이용해 원격 폭발시킨 결과였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그 수법을 역이용한 셈이다. 놀랍고 무서운 작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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