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31] 나훈아의 마지막 콘서트 ‘고마웠습니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했던가! 하지만 그때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그런 적당한 때를 어찌 알겠는가.
지난 2월 나훈아가 가요계 은퇴의 뜻을 밝혔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 10월 12일 대전을 시작으로 한 ‘라스트 콘서트’ 하반기 일정마저 공개되고 나니 비로소 그의 은퇴가 현실로 다가왔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 일일 줄 몰랐다는 그는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지닌 깊은 의미를 따른다고 했다.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된 그의 공연 예매에 실패하고 보니 아쉬움이 더욱 크다. 2018년에 단 한 번 그의 공연을 본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까.
그런데 언론에서 나훈아가 1966년에 ‘천리길’로 가요계에 등장했다고 반복해서 잘못 서술하고 있는 것은 그가 은퇴하는 지금에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오아시스레코드사의 자료에 따르면 그는 1968년에 ‘내 사랑’으로 데뷔하였다. ‘천리길’은 ‘내 사랑’보다 몇 달 뒤에 발표된 후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첫 번째 히트곡이 되었을 뿐이다. 대중음악의 역사가 단순히 기억의 기록을 넘어 후세에 전해야 할 자산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50여 년 동안 그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발자취는 대단하다. 깊은 감성에서 비롯한 독특한 음색과 카리스마로 그는 트로트 역사에 큰 획을 그으며 가황(歌皇)이란 칭호를 얻었다. 서정적인 감성으로 사랑 노래의 진수를 보여준 ‘사랑’이나 ‘영영’, 독특한 미감을 전해주는 ‘잡초’, ‘무시로’, ‘갈무리’ 등은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점에서 그의 수준 높은 창작 능력을 보여준다.
‘머나먼 고향’이나 ‘고향역’처럼 고향을 소재로 한 노래가 지금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고, ‘사내’, ‘남자의 인생’, ‘사나이 눈물’과 같은 노래는 남성성을 부각하여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최근까지도 그는 ‘테스형’과 같은 신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기에 은퇴가 아쉽기만 하다. 다만 그 후에도 그의 음악적 열정과 영감은 후배 가수들에게 이어질 것이고 노래는 때때로 우리를 위로해 줄 테니, 그의 뒷모습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떠날 때다.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의 종착역이다. 지난 4년여 동안 정성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글을 쓰려고 했다.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서 소개하고 노래가 지닌 깊은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노래가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전언에 주목하려 했다. 긴 시간 동안 지면을 허락해 준 것에 감사한다. 떠나는 나의 뒷모습도 조금은 아름답기를 바란다. 끝으로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 제목처럼,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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