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지율 '뚝뚝'…추석 민심은 어디로?
尹, 의료개혁 '정면돌파'…국민 불안 해소 요원
김 여사 '사법 리스크', 지지율 반등 장애 요인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화하는 추세다. 아직 임기 반환점을 돌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 누수'(레임덕)를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지지 기반마저 흔들리는 형국이라 심각성이 더하다. 지지율을 제고해 국정 동력 확보를 도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7.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리얼미터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 기록이다. 기존 최저 기록은 2022년 8월 1주 차때 29.3%였다. '부정 평가'는 전주대비 2.6%포인트 오른 68.7%로 나타났다. 취임 후 최고치다.
이보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떨어진 20%로 집계됐다.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오른 70%였다. 이 역시 최고치다.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긍정 35%, 부정 57%), 보수층(38%, 53%)에서도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열며 대국민 소통에 나섰으나,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오히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 하는 상황마저 감지되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월 총선 이후 5개월째 줄곧 20%대에서 머물러왔는데, 급기야 20%대 붕괴마저 위협받고 있다. 사실상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주저앉는다면,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이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최저 수준의 지지율이 고착화하는 흐름에서 레임덕의 불씨가 커질 수도 있다. "전광판은 보지 않는다"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밥상머리 민심을 다독여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민심을 되돌릴 '반전'은 요원해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4대 개혁에 대해 "저와 정부는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족한 의사 수를 늘려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는 별다른 이견은 없다. 야당도 수긍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문의·전공의 등 현장 이탈이 길어지면서 국민의 불만과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의료단체는 지난 13일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며 여·야·의·정 4자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 영향으로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60대 이상마저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기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워낙 낮았던 데다, 총선 참패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태도, 이념 논쟁과 뉴라이트 인사 논란에 의료 대란까지 겹쳤다. 지금 같은 지지율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의 장애 요소다. 법원은 지난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錢主) 손모 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이제 또 다른 전주 김 여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차례"라며 압박했다.
개혁신당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찬성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1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내부에서 판단했다"며 "전날 천하람 원내대표와 상의했는데 지금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당한데, 앞으로도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보를 이어 나간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 여사가 학력·경력 위조를 사과하면서 약속했던 '조용한 내조'를 어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야당은 추석 민심을 앞세워 공세를 퍼붓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논평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지만, 민주당이 확인한 올해 추석 민심은 '나 몰라라' 외골수 무능 부패 대통령 부부가 가져다준 의료 대란의 공포와 무너진 민생에 대한 분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추석 직후 즉각 본회의를 개최해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민생을 위한 '지역화폐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추석 민심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며 "총체적 정권 실정의 토양에 의료대란이 기름을 붓고, 윤 대통령의 응급실 발언이 불을 지르고, 김 여사의 시찰이 화약을 던진 정권교체 심리는 국민적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에 매진하라는 명령이 추석 민심이다. 특검, 계엄, 탄핵의 끝없는 무한 반복은 반대의 길로 내달리는 것"이라며 "추석 연휴 동안 국민 말씀을 아프게 들었다. 당정이 더욱 단합해 반드시 민생 협치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추석 민심을 제대로 들었다면,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이 진심이라면, 이제라도 특검의 굴레를 벗고 즉각 민생현안 논의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석 민심의 향배에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 회복 여부가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정말 이대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번 명절 이후 윤 대통령을 대한 추석 민심이 더 부정적이라면 대통령과 여당의 말과 정책을 신뢰하지 않을 심각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8%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응답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0.4%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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