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52] 도(道)와 덕(德)
공자 사상과 노자 사상은 많은 차이를 갖고 있지만 고대 중국인답게 사고 틀은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노자’라고 부르는 ‘도덕경(道德經)’은 전반부 ‘도경(道經)’과 후반부 ‘덕경(德經)’으로 돼 있듯이 공자가 해설한 ‘주역(周易)’ 또한 전반부 ‘도경(道經)’과 후반부 ‘덕경(德經)’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도 혹은 도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에 ‘도경(道經)’이 앞서고, 알았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실행에 옮겨야 하기에 ‘덕경(德經)’이 뒤에 있다.
덕(德)이란 말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그에 맞는 다움이란 뜻이고 둘째는 은혜나 은덕 혹은 동사로 은혜나 은덕을 베풀거나(施) 입다(蒙)라는 뜻이다.
‘논어’에 등장하는 덕(德)은 거의 모두 다움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은혜나 은덕을 말할 때는 덕(德)보다는 혜(惠)나 은(恩)을 사용한다.
그런데 덕(德)은 과연 무엇일까? 노자는 무(無)라는 도를 체화해 무위(無爲)하는 것이 군왕의 덕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공자는 군군신신(君君臣臣)이라는 도리를 체화해서 임금은 임금다워지고 신하는 신하다워지는 것이 바로 임금과 신하의 덕이라고 보았다. 공자는 ‘논어’에서 방유도(邦有道) 방무도(邦無道)를 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로 나라에 군신의 도리가 있을 때와 군신의 도리가 무너졌을 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논어’ 위정(爲政)편이 풀어내는 덕(德), 즉 다움의 요체는 간단하다. 언(言)과 행(行)의 간극이 멀면 다움이 엷은 것(薄德)이고 언과 행의 간극이 가까우면 다움이 두터운 것(厚德)이다.
이를 잣대로 볼 때 우리 정치권 여야 지도부 중에서 누가 후덕(厚德)에 가깝고 누가 박덕(薄德)에 가까운지를 가려내기란 매우 쉬운 일이다. 문제는 박덕은 홍수가 난 듯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는데 후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있는데 내가 못 본 것인가?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식당 알바·가사 도우미 했다”... 최강희, 3년 활동 중단 이유
- 충북 오리 농장서 고병원성 AI 항원 확인
- “땡큐! 트럼프”... 세계 부자 톱10 순자산 하루새 88조 급증, 1등은?
- 코피 코번 ‘버저 비터급’ 역전 결승골...서울 삼성, 창원 LG 꺾고 2연승
- 땡절스와 재즈 가수 나윤선과 가족인 TV조선 대학가요제 참가자
- [만물상] 또 틀린 美대선 여론조사
- 더 강해진 ‘트럼프 트레이드’… 한국은 비껴갔다
- 트럼프, 尹 통화때 “조선업 도와달라” 콕 집어 요청한 까닭은
- “한명 체포해 수백만명 구하자”... 스위스 北대표부 외벽에 붙은 광고
- 축구장 7800개 면적 태운 불지옥... 美캘리포니아 휩쓴 대형 산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