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82] We all have scars
“성인에게도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Every saint has a past, and every sinner has a future.)”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이 말에 따르면 킬러조차 속죄가 가능한 존재라는 의미가 된다. 영화 ‘킬링 카인드: 킬러의 수제자(The Protégé∙2021)’는 과거에 묻어 둔 비밀을 다시 꺼내 속죄를 구하는 한 킬러와 그의 제자 이야기다.
냉혹한 킬러 무디(새뮤얼 잭슨 분)는 젊은 시절 베트남에서 청부 살인을 하던 사나이다. 그곳에서 그는 갱단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한 여자아이를 거둬 키우게 된다. 이 아이 또한 킬러로 자라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안나(매기 큐 분). 안나는 무디를 하나밖에 없는 가족처럼 여기고 소중히 생각한다. 이제 늙어 죽을 날을 기다리는 무디는 킬러로 살아온 날을 후회하진 않지만 몇 가지 끝내 마음에 걸리는 과거의 사건들이 있다. “꽤 여럿이서 하늘에서 내게 따지려고 벼르고 있을걸(I’m sure they’re quite a few spirits up there, waiting for me, with a bone to pick).”
무디는 안나를 불러 과거의 잘못을 씻고자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다름 아닌 안나의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가 어떤 사람을 하나 찾아달라는 것. 베트남에 끔찍한 기억이 있는 안나는 한사코 거절하지만 무디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과거는 우리가 떠난 곳에 남아 있지 않아(Our past, is never where we left it).” 무디는 자신의 과거는 물론이고 안나도 과거의 악몽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는 것이다.
망설이는 안나에게 무디가 다정하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흉터가 있어. 그걸 오래 바라보면 어쩌다 다쳤는지만 떠오르는 거야(We all have scars. If you stare at them long enough, you remember how you got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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