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연금개혁, 공공부문도 함께해야
방향은 맞지만, 재정난 해소 역부족
공적연금 통합·운용개혁 병행 시급
여야 초당적 협치로 근본 해법 찾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5년 5개월 재임 기간 내내 “개혁에 성역은 없다”며 국가의 부흥과 재건에 몰두했다. ‘괴짜’, ‘파괴신’이라 불렸던 그는 “괴짜는 개혁하는 사람을 칭찬하는 말”이라고 할 만큼 자기 확신이 강했다. 최고 업적으로는 100년이 흘러도 끄떡없는 연금개혁이 꼽힌다. 그는 2004년 2월 우리 국민연금 격인 후생연금 개혁안을 제출해 단 4개월 만에 의회를 통과시켰다. 대가는 혹독했다. 고이즈미는 그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고 2년 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일본 국민은 2001년 이후 역대 총리 중 호감도가 가장 높은 인물로 기억한다.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는 아버지의 후광 덕에 스타정치인으로 떠올랐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발등의 불인 공무원·군인 등 직역연금 통합도 쏙 빠졌다. 공무원·군인연금은 2001년, 1973년부터 적자를 냈는데 올해 적자를 메우기 위해 11조원 이상의 혈세가 들어간다. 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내는 돈이 2배 가까이 되지만, 평균 수급액이 6배 이상 많다. 가입자들 사이에서 이런 직역연금을 방치하면서 보험료인상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불만과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정부 안조차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호감도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국회는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세대별 차등인상이 졸속·갈라치기 정책”이라며 펄쩍 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중 24개국이 도입한 자동조정장치조차 “연금삭감을 위한 꼼수”라고 몰아세운다.
연금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긴박한 국가과제임은 자명하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재정부족분이 하루 1425억원, 연평균 52조원씩 쌓인다. 100년 수명의 일본 연금체계가 자민당의 고이즈미에게서 시작됐지만 상대 당인 민주당 집권 때 완성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이즈미 정부가 2007년 4월 후생·공무원 연금 통합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2009년 7월 중의원 해산으로 자동폐기됐다. 이후 정권을 장악한 민주당이 3년 뒤 이 법안을 되살렸다.
이제 고이즈미가 보여줬듯 고통분담의 연금정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부문, 정치권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략에서 벗어나야 국민에 개혁을 설득할 수 있다. 일본처럼 공적연금 통합이 어렵다면 공무원 등 직역연금의 개선방안을 찾는 게 순리다. 기금 운용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돈을 제대로 굴리자는 데 누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캐나다는 1990년대 ‘지나친 위험 없이 투자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모토로 운용개혁을 단행해 놀라운 성과를 냈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수익 중심 조직으로 재편하고 전문가 영입, 대체투자확대 같은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여야는 정부 안의 허와 실을 꼼꼼히 따져 긴 호흡으로 국가와 후대의 미래를 위한 근본 해법을 찾기 바란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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