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12% 늘어나는 영화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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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영화가 망해가나 봐요."
올해 한국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신 극장을 택해야 할 필연적 이유를 관객에게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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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영화가 망해가나 봐요.”
이 현장에서는 영화계 위기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최병환 롯데컬처웍스 대표는 “올해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가 10편쯤에 불과하다”며 “내·후년 장기 침체가 예고된 구조로 영화계 모든 이해당사자가 공멸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정석 KC벤처스 전무는 “요즘 검토하는 시나리오의 양과 질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내년 영화 예산안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중예산 영화 지원’ 신설이다. 100억원가량 편성됐다. 제작비 중간 규모 상업영화를 정부가 돕겠다는 것. 한국영화의 허리를 받쳐줄 관객수 300만∼700만의 영화가 실종된 데 따른 조치다.
영화계 인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규만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는 “활력과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희망을 직접 던져주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그는 “중형 예산 영화는 (내용 면에서) 도전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며 “감독들도 ‘언젠가 기회가 오겠구나’ 하고 장기비전을 갖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규모 영화 지원은 위기를 돌파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문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심 차게 조성하는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도 내달 출범식을 갖는다.
다만 지원과 투자 확대가 만능열쇠가 될지는 미지수다. 경쟁력 없는 작품을 지원하면 돈만 나가고 성과가 없을 수 있다는 이날 토론회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했다. 김주형 펜처인베스트 상무는 지원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영화화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중예산 영화의 제작비가 50억원이고 정부에서 10억원을 지원받는다면 나머지 40억원과 광고홍보 예산 10억∼20억원은 제작사가 따로 구해야 한다. 제작사가 충분한 역량이 없다면, 정부 지원으로 오히려 ‘나쁜 저예산영화’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한국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신 극장을 택해야 할 필연적 이유를 관객에게 주지 못했다. 많은 상업영화가 안일한 만듦새로 관객에게 비판받았다. OTT나 극장의 입장료 정책만 탓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체부 토론회에서 제작사 엠픽처스의 김봉서 대표는 2003년을 돌아봤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가 나온 해였다.
“두 영화가 투자·제작된 2002년은 한국영화의 암흑기였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도 투자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중견이었는데도 현장에 가보니 스태프가 저예산 영화 경력만 있거나 영상원 졸업생들이었다. 두 작품은 기획적으로도 모험이었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는 영화, 패륜적 영화에 투자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투자사를 모은 덕분에 걸작이 나오지 않았나.”
위기와 모험이 명작을 배출한 2003년처럼, 올해 한국영화의 침체가 새로운 에너지를 태동하는 과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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